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 폐막 「절반의 성공」

세계 게임올림픽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최된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WCGC 조직위원장 윤종용)가 15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 17개국에서 180여명의 게이머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하계와 동계 올림픽에 비견될 수 있는 세계 게임올림픽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게임대회가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은 커다란 수확으로 꼽힌다.

특히 업계는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 게임업체들이 게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대회를 유치, 세계 게임시장에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삼성전자와 배틀탑이 대회개최를 공식 발표하는 등 시간에 ●겨 대회를 추진한 탓에 대회진행과정의 미숙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세계 게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40억원을 쏟아 부은 대회치고는 위상과 내용면에서 함량미달이었다는 것이다. 우선 범업계 차원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8월말 출범한 조직위원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게임축제라는 모토와는 맞지 않게 대부분 국내 정계 및 언론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 업계의 거물이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음는 물론이며 자문위원에 국내 업계의 일부 인사가 포함된 게 고작이었다.

대회를 주관한 ICM측은 『단기간에 게임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실제 게임축제의 주축이 되어야 할 국내외 주요 인사를 동참시키지 못한 것은 스스로 대회의 위상을 깎아내린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각국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이나 실제 대회운영에 있어서도 미숙했다. 조직위원회는 각국의 게임업체 및 리그업체와 제휴해 지난 7월부터 세계 17개국에서 예선전을 벌여 각국의 왕중왕을 선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국가 대표선수로서 각 나라를 대표할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함량미달의 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실망을 안겨줬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PC게임을 시작한 지 불과 1주일 밖에 되지 않은 게이머가 대표로 출전했으며 미국 및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퀘이크3의 경우에도 해외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회운영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았다. 각 국가마다 서로 다른 게임룰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만든 게임룰을 적용해 외국게이머들이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각 국가의 룰을 바탕으로 표준룰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부진행에 있어서도 국제대회다운 세련된 진행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외국선수는 『영문 윈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게이머들이 직접 가져온 마우스나 키보드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경기 도중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도 있었다』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대회장소를 용인으로 결정해 많은 게이머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으며 TV생중계를 통해 진행된 개막행사도 인기가수들의 요란스러운 공연으로 치장, 화려했지만 실제 게임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게임대회의 세계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게이머들의 축제라는 측면에서는 미흡해 반쪽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ICM의 오유섭 사장은 『처음 개최한 대회였던 만큼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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