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업체들 돈 가뭄

유럽 통신사업자들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

올들어 유럽 각국의 차세대 이동통신(3G)서비스용 주파수 경매에 입찰하느라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은 업체들은 그동안 대출, 신주발행 등을 통해 이를 충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3G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들 업체의 추가 자금유치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통신업체들이 유럽 각국의 3G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총 13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별도로 네트워크 확충 및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약 870억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경쟁업체 인수 등을 추진하면서 3G사업을 위해 2600억달러 가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향후 회사의 존재 여부가 달린 3G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무리수를 써가며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통신업체들이 올들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유럽 전체 금융권 대출액의 40%에 해당하는 1710억달러에 달하며 오는 4·4분기중 업체들이 공모할 주식은 5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3G사업에 대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체들의 자금난이 시작됐다.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투자비용을 다시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과연 언제쯤부터 손익분기점에 올라설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사업에 대한 불안은 먼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지난 4월 영국의 주파수 경매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한때 상승세를 탔던 통신업체들의 주가는 그후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과열 입찰이 재현되자 하향세로 돌아섰다.

도이치텔레콤의 주가는 거의 절반가량이 꺾여 나갔으며 브리티시텔레컴, 프랑스텔레콤 등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최근 일부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등급을 하향조정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상황을 개선하려던 시도도 어려워지고 있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업자 텔레포니카는 11월로 예정된 이동통신사업부 텔레포니카모바일의 주식공모 규모를 대폭 줄였으며 네덜란드의 KPN도 이달 시행 예정인 공모 규모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정 분야에 대출금이 몰리는 것을 우려한 유럽의 금융감독관들이 통신업체에 대한 대출사례를 조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금융권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워졌다. 이 경우 금융권의 대출자격 심사가 엄격해져 자금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업체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통신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이처럼 오래 지속된 적은 없었다』며 『업체들이 하루빨리 투자자들에게 3G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고 이와 함께 지나친 과열경쟁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