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등 중요한 통신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암호기술이 일본서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후지쯔연구소, NEC, 도시바, NTT,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업체들이 정보누설을 막는 암호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쯔연구소는 휴대폰 단말기에서부터 고성능 컴퓨터까지 폭넓은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암호기술을 개발, 내년 실용화할 예정이며 NEC는 「암호 열쇠」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미약한 광신호에 연결, 송수신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인 기술을 전자정부 및 은행의 결제 시스템용으로 응용할 방침이다.
후지쯔연구소가 개발한 암호 「SC 2000」은 정보를 암호화하거나 복원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인 암호 열쇠를 발신자와 수신자가 공유하는 「공통 열쇠」 방식의 일종이다. 이 암호기술은 공통 열쇠 암호의 사실상 표준으로 보급되고 있는 「DES」의 차세대 판으로 평가되고 있다.
SC 2000은 비밀로 하고 싶은 정보를 128비트별로 잘라낸 후 암호 열쇠를 사용해 문자나열을 조작, 제3자에 의한 해독 및 변경을 막아준다. 특히 암호 열쇠로 정보를 처리할 때 활용하는 「관수」를 지금까지의 한 종류에서 두 종류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SC 2000은 또 정보처리를 일부러 복잡하게 해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일반적인 정보단말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이와 관련, 후지쯔연구소는 새로운 암호를 깨기 위해서는 최신 슈퍼컴퓨터로 천조년이나 걸리는 계산을 1억회 되풀이해야 하며 암호화의 처리속도는 DES의 5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후지쯔는 이 기술을 휴대폰 단말기 및 정보가전기기, 고성능 서버 등의 정보기기에 탑재시켜 전자상거래 및 음악 네트워크 전송 등에서의 비밀유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NEC는 다마가와대학과 공동으로 각종 암호 방식의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키는 암호 열쇠 기술을 고안, 실험을 통해 그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암호 열쇠를 기존의 데이터보다 100분의 1 정도 약한 광신호에 연결, 상대방에게 정보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미세광을 사용하면 암호 열쇠의 데이터는 잡음의 영향을 받아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발신자와 수신자를 잇는 통신 경로에 어떤 잡음이 섞여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어 이를 토대로 암호 열쇠의 정확한 내용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3자가 이를 훔쳐보더라도 잡음이 섞여있는 특색까지는 알아낼 수 없기에 암호 열쇠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기술은 암호를 훔쳐내는 일 자체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기존의 암호 방식과 합쳐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EC는 이 기술을 5년 이내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일본전신전화(NTT) 및 히타치제작소 등에서도 DES를 대신할 차세대 암호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은 상태다.
한편 계산의 복잡성을 이용하는 현재의 암호 방식은 컴퓨터 처리능력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해독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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