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메모리·TFT LCD 공장 기공 의미

삼성전자가 4일 온양과 천안에서 각각 가진 비메모리반도체 및 차세대 TFT LCD 공장 기공식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던 국내 반도체 산업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한편 세계 TFT LCD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온양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은 그동안 말로만 외쳤던 「비메모리사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모리 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재편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구두선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1조원 이상을 투자, 비메모리 반도체 전용공장 건설에 나섬에 따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육성의지를 구체화했다.

더구나 규모면에서도 이번 투자는 지난 90년초 제 5라인 건설이후 거의 10년 만에 재개되는 대규모 투자다.

따라서 국내 최대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의 투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구조는 물론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데다 1년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부천공장을 페어차일드반도체에 매각한 이후 몰려드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생산능력이 모자라 비메모리 사업확대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이번 신규투자계획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4일 기공식을 가진 온양공장은 시스템LSI 반도체 전용라인으로 월 3만장 규모(8인치웨이퍼 기준)다.

신설될 생산라인은 0.13∼0.18미크론급 공정기술을 이용해 주문형반도체(ASIC)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스템온칩(SOC) 제품을 양산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온양공장 건설을 계기로 우선 LCD구동칩(LDI), 마이컴(MCU), CPU, 시스템 ASIC 등 4개 제품군을 일류 제품군으로 육성하고 오는 2005년까지 혼합신호, 디지털가전, PC 및 주변기기, 통신네트워크 등 4개 칩 제품군을 추가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반도체부문에서 올해 17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한편 연평균 24%의 성장률로 2002년 30억달러, 2005년 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내년말까지 천안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1000×1200㎜ 규격의 5세대 TFT LCD 생산공장을 마련, 오는 2002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7월까지 5라인과 6라인을 동시에 집어넣을 수 있는 공장 건설작업을 마무리짓고 장비도입에 나서 오는 2002년 1·4분기부터 월 3만장 규모를 양산할 예정이다. 추가로 설비를 도입, 오는 2002년말에 월 6만장 수준의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천안공장 신설을 계기로 현재 세계 1위인 노트북PC용 시장에 이어 IMT2000용 2인치 및 6.6인치 중소형 제품과 모니터시장, LCD TV시장도 적극 공략해 20% 이상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건설하는 천안공장은 세계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TFT LCD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 LG필립스LCD에 이어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를 일본 및 대만업체들이 방관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 일본 및 대만업체들마저 투자경쟁에 가세할경우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TFT LCD시장은 상당기간 불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하나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확정한 5세대 규격 1000×1200㎜가 차세대 표준규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4세대 규격에 비추어 볼 때 삼성전자의 규격에 다른 업체들이 가세하지 않을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설비규격을 놓고 LG필립스LCD 등 경쟁업체와 주도권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과 TFT LCD 가격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및 TFT LCD시황이 썩 좋지 않은 시점에 메모리 투자와 함께 비메모리, TFT LCD 등의 설비투자를 동시에 진행한 데 따른 자금사정의 악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올해 수익이 8조원에 이를 정도로 현금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메모리분야에 편중됐던 국내 반도체 산업이 보다 균형잡힌 구조로 재편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LCD 분야에서 세계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LCD업체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불구하고 삼성의 투자는 IMF때와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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