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성」흔들리나

「인텔의 아성이 무너지는가.」

인텔은 올들어 두번의 제품 회수(리콜)에 이어 펜티엄Ⅳ의 출시를 연기하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수년간 개발해오던 초저가 그래픽 내장형 칩인 「팀나」의 생산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에 관한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제품 개발 및 출시를 철저한 계획에 의해 진행하던 기존 관행에 비춰볼 때 올들어 일어난 일들은 인텔답지 않다.

이같은 인텔의 석연치 않은 행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텔이 짧은 시간 동안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다각화한 데 따른 「삐걱거림」이다.

인텔은 올해 초 「인터넷기업」임을 선포하면서 기존 CPU사업 외에 웹호스팅·무선통신·인텔캐피털 등 인터넷과 통신사업에 대한 확장에 주력했다.

실제로 99년에만 통신관련 9개 회사를 인수·합병하고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6개 업체를 사들여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적인 장애다.

「i820」 칩세트 리콜, 팀나 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인텔은 메모리트랜슬레이터허브(MTH)의 결함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MTH는 인텔이 표준화를 기대하던 램버스 D램 기반 주기판에서 한발 물러서 SD램 기반으로 전환할 때 쓰이는 허브로 일련의 리콜사태의 주범이었다.

세번째는 시장의 변화다.

팀나 포기에서 밝혔듯이 인텔은 『소비자들이 저가 PC보다는 돈을 더 주더라도 성능이 뛰어나고 세련된 디자인의 PC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가 PC의 경우, 트랜스메타의 크루소 칩,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지오드 프로세서, 비아의 신형 저가 칩 등이 등장, 이미 가격적인 장점이 퇴색된 시장이라는 것이 인텔의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AMD와의 개발경쟁도 변수로 작용했다.

1㎓ CPU 출시에서 AMD에 발목을 잡힌 인텔은 제품출시를 서두른 나머지 이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가 됐던간에 올들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인텔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64비트 아키텍처 CPU인 아이태니엄의 출시를 앞에 둔 이 시점에 인텔이 과연 흩어진 전열을 재정비, 일거에 옛 명성을 되찾을지 관심거리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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