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자부품회사들의 잇따른 긴축 경영 방침은 하반기 들어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부터 다시 반등할 것으로 관측되나 지난 9월에 D램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했으며 TFT LCD 가격도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또 상반기 전자부품 수요를 견인했던 휴대폰 등 통신단말기 수요가 주춤하면서 그동안의 들뜬 분위기를 급속히 가라앉혔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시장 자체의 수급보다는 환불안, 국내외 증시 불안, 유가 상승 등의 외부 요인이 겹쳐 내년도 경영 환경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대형 전자부품업체들의 긴축 경영은 자칫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중견 및 중소부품 업체에 대해 연쇄적인 불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1차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여서 아직 내년도 경영 방침을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한두달 경영 환경을 지켜본 후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축 경영의 방향
국내 기업들이 긴축 경영의 수단으로 즐겨 쓰는 게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 그리고 비용 절감이다.
국내 부품 대기업들은 그러나 당장 인력 감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IMF 동안 상당수 인력을 감축한 후 보충하지 않은 데다 지난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벤처 붐으로 인력이 전반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분사 또는 매각해왔다. 그 여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경영 환경의 악화에 대응해 채산성이 낮거나 성장성이 떨어지는 제품 사업을 중심으로 또 한차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전자의 경우 이미 PDP사업을 분사했으며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본부와 오리온전기도 브라운관 사업의 해외 매각을 추진중이다.
부품 대기업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비용 축소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말 이후 매출이 늘어나면서 임직원들의 씀씀이가 헤퍼졌다고 보고 앞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부품업체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역시 유동성의 확보다. 비상시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신규 차입을 극도로 억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을 신규 투자 외에는 단기 차입금을 갚는 데 주력키로 했다. 현대전자 역시 반도체 수익을 꼭 필요한 투자 자금 외에는 금융 부담을 낮추는 데 쓸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
부품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긴축 경영이라고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장치 산업의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경기 사이클이 있어 다가올 호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2∼3년 후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시장에 대응해 설비 투자에 게을러서는 경쟁사에 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부품 대기업들은 저마다 미래 유망사업으로 꼽은 분야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우 메모리, 비메모리, TFT LCD 등을 3개 사업부문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신규 투자에 들어갔다. 또 삼성SDI, LG전자 디스플레이본부, 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 3사는 PDP나 유기EL 등 신규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현대전자와 LG필립스 역시 반도체와 TFT LCD에 대해 신규 투자를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경기 호조로 투자 여력이 생긴 탓인지 투자 규모 역시 저마다 사상 최대로 잡아놓았다.
그렇지만 최근의 급변한 경영 환경에 맞춰 투자 일정을 다소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고민거리
부품 대기업 경영자들의 고민은 내년도 경영 환경을 점칠 수 없다는 점이다.
여러 지표로 보아서는 올해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욱 호황을 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예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당 부품에 대한 단순한 수급 상황은 물론 유가 급등이 수요에 미칠 영향과 환율 등 챙겨야 할 독립 변수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모 TFT LCD업체는 최상의 경우 올해 이상,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았다.
이처럼 예측이 힘들어지자 부품 대기업들의 경영계획안 수립도 늦어지고 있으며 연쇄적으로 협력 부품업체들 역시 내년도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업계 한쪽에서는 부품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움츠러들 경우 자칫 경기 전반의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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