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백만기 변리사·벤처지원포럼 부회장)=오늘 주제는 벤처지원포럼이 출범한 이래 가장 무거운 주제로 토론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벤처가 재벌을 대체할 성장엔진으로 부각된 지 얼마 안됐는데 코스닥시장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벤처기업들이 주로 코스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코스닥회복이 벤처, 나아가 국가경제를 제대로 끌고 가는 관건입니다. 그럼 강정호 사장의 주제발표를 토대로 현재의 코스닥 장기침체의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 먼저 어려운 때에 코스닥에 등록,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심하실 것 같은 조 사장부터 말씀을 시작하시죠.
△조송만(누리텔레콤 사장)=기본적으로 코스닥 시장은 상품시장과 같다고 봅니다. 질 좋은 상품이 나오면 비싸게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코스닥 장기침체문제는 먼저 상품에 해당하는 기업자체부터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코스닥침체 장기화의 원인은 조기에 벤처기업이 양적 팽창을 하면서 옥석구분 없이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설립 1, 2년 만에 자금시장에 진입, 투자가들이 기술력과 아이디어 등 사업전반에 대한 가치검증작업을 할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기업에 대한 정보가 투자가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벤처거품론에 불씨를 제공했고 코스닥폭락을 부채질한 것입니다. 따라서 벤처기업들 스스로 기술·자금·마케팅 능력을 갖추고 나서 코스닥에 진입해야 투자가들의 신뢰성도 회복하고 시장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조 사장의 말씀은 코스닥침체의 원인을 자성의 정신으로 우선 업계 스스로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투자가들을 다시 코스닥으로 끌어들여 매수세력을 높이려면 해당 등록기업들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번엔 벤처캐피털쪽 얘기를 들어볼까요. 벤처기업 못지 않게 벤처캐피털쪽도 마음고생이 심할텐데요.
△곽성신(우리기술투자 사장)=맞습니다. 코스닥이 위축되니까 투자회수도 잘 안되고 벤처캐피털도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엔 코스닥시장의 침체원인은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등록기업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코스닥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기업의 이익이 투자가들에게 돌아가지 못해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객관적 평가보다는 타 업체를 기준으로 상대 비교하다보니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자연히 투자가들은 미래가치를 불신하게 되고 단기적으로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가 확산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 감시자로서 증권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증권사는 주식거래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정확한 가치평가툴을 체계화하고 투자가들에게 올바른 기업정보를 제공,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키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선 연기금 등을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습니다.
△사회=기업의 고평가에 대한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사실 코스닥지수가 한참 고공비행을 할 때는 매출이 100억원도 안되는 벤처기업이 수천 억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거래소기업을 능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실제 자금을 운용하는 쪽의 견해를 들어보겠습니다.
△조승제(마이에셋 사장)=현재 증시침체는 비단 코스닥뿐만 아니라 거래소시장도 심각한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코스닥과 거래소를 별도로 보지 말고 주식시장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우리 주식시장의 문제는 무엇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기관투자가 중심인 데 비해 일반 투자가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인터넷 등을 통한 데이트레이딩이 활성화되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따라 주가변동이 심해 안정적인 주가형성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증시 활성화대책이 시급합니다. 최근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 부실 투신사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우사태 이후 신뢰감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기존 투신사보다는 자산운영사 등 새로운 기관 투자가를 육성, 투자를 유발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투자가를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유도하는 제도 및 정책도 병행돼야 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사회=좋은 지적입니다. 주식시장이 개인 중심으로 흐르다보니 시장이 안정을 찾기 어렵겠지요. 단기적인 성향을 보이는 투자가들의 행태도 풀어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연구소에서도 코스닥침체에 대한 충분한 원인분석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윤제(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근본적으로 코스닥 장기침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불안입니다. 특히 기업의 무상증자와 주식형 채권의 발행이 시장수급을 해치는 복병입니다.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주주의 돈이지 기업의 자금이 아니어서 이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장 신뢰성 상실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우선 공모주의 배정방식이 잘못돼 있습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려면 기관들이 대부분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매수세력을 확보하려면 시중의 일반투자가 자금을 흡수해야 합니다. 불공정거래도 신뢰상실의 근본 원인입니다. 특히 방치상태에 있는 프리코스닥 시장을 일정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인 거래와 자금조달이 이뤄지도록 지침을 만들어 고사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각종 회생조치가 제정되기 이전이라고 코스닥 전용펀드 등을 조성해 시장의 동맥경화를 해소하고 발행시장쪽의 투기를 근절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이란 말이 자주 들리는데 이는 맞지 않습니다. 이는 부의 균형 분배에도 위배됩니다. 효율적인 시장을 만든다면 코스닥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사회=수급불안 해소, 신뢰성 회복, 발행시장 건전화 등 여러 가지 좋은 대안을 제시하셨습니다. 조 연구원의 제안은 이번 정책당국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같은데요. 우리 코스닥시장 침체 문제라면 증권연구원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겠지요.
△노희진(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앞서 여러 토론자들이 장기투자 문제를 많이 거론하셨는데 제 생각에는 그 이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과거 10년간 주식시장 투자에서 거둔 수익을 조사해보니 은행 등에서의 이자수익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투자가에게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시장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침체된 코스닥시장의 회생을 위해 기업의 가치평가 모델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자금시장의 회생과 활성화를 위해 보다 강력하고 투명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성공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부실기업을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퇴출시킬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량기업의 성장토대를 더욱 견고히 마련해줘야 합니다. 특히 증시로의 자금유입방안으로는 현재 퇴직금으로 묶인 자금을 개인에게 돌려줘 이것을 새로운 투자의 기반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생각해 봄직합니다. 이와 함께 금융권이 자기자본비율(BIS)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관리감독 지표에 수익성 지표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회=기업퇴출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은 궁극적으로 시장 신뢰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는 진입은 까다로운데 퇴출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퇴출과 진입이 자유로운 곳이 벤처산업 아닙니까. 중소·벤처기업을 대표하는 기협중앙회라고 코스닥 침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텐데요. 홍 상무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순영(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코스닥시장이 이렇게까지 침체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앞서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국민연금 운영위원으로 있습니다. 연기금의 경우 코스닥시장쪽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기금쪽도 불안한 실정입니다. 국민연금만해도 2030년부터는 재원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낼 수 있는 자금운용이 필요한 게 우리 연기금쪽의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연기금 규정상 주식 투자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제도와 규정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사회=현재의 코스닥 침체가 벤처기업이나 투자가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지만 길게 보면 오히려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토론을 들어보니 결국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주주중심의 투자가 보호나 공정거래 기반 구축, 기업의 투명성 확보 등 모두 주식시장의 기반적인 요구사항 아닙니까. 정부나 기업, 투자가 등 모든 주체들이 기본에 입각한 마인드 전환이 절실하다는 생각입니다.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엔 자금조달 수단으로 투자가들에게는 자본이득의 수단으로 반드시 활성화돼야 할 것입니다. 긴 시간 토론에 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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