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 사장 은진혁 : AMD코리아 사장 주재량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의 역사는 곧 인텔의 역사 그 자체다. 인텔은 전세계 CPU 및 PC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중의 하나. AMD는 인텔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AMD가 1㎓ CPU 시대를 인텔에 앞서 개막하는 등 인텔의 오랜 독주에 제동을 걸면서 시장 양상이 자못 흥미진진하게 굴러갔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PC업계에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텔에 AMD가 만만치 않은 기세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PC 생산 대수면에서 보면 아직 인텔 CPU의 브랜드파워는 견고하다. PC용 CPU내수시장에서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도 90% 수준에 근접한다.
한시간만 TV를 보면 거의 어김없이 나오는 인텔의 막강한 광고공세 속에서 아직 회사 이름도 낯선 AMD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성능PC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의 신화도 퇴색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PC성능에 대해 예민한 마니아층에서 선호하는 CPU로 펜티엄Ⅲ보다 AMD 애슬론(Athlon)을 선호한다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상의 PC부품 벤치마킹 사이트를 보면 인텔과 AMD 중 어떤 칩을 선호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AMD칩이라고 대답하는 네티즌들이 펜티엄Ⅲ를 선택한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결과가 심상치 않다.
요모조모 따져보고 CPU를 구매하는 이들 마니아급 PC사용자들이 전체 PC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CPU자체 성능으로만 볼 때 AMD와 인텔을 동급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군이 생긴 사실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국내 PC업계에서도 AMD칩을 탑재한 PC생산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올들어 현대멀티캡·푸른나래·미래닷컴 등은 AMD칩과 인텔칩을 동시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PC업체로 떠올랐으며 이프리넷의 경우 아예 AMD칩 전용 PC만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NEC가 AMD 프로세서를 채택한 노트북PC를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 노트북PC 시장에서도 AMD의 입지가 커지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휩쓰는 인텔 호환 보드에 밀려 맥을 못추던 AMD전용 보드 생산량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주기판 업체인 제이스텍이 최근 AMD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을 시중에 선보인 것을 비롯해 많은 주기판 유통업체들도 AMD CPU 전용 주기판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인텔이 i820 칩세트의 메모리트랜스레이터허브(MTH)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이후 신제품 선정에 고민해온 유통업계가 AMD CPU 전용 주기판 출시를 계기로 비인텔 계열 제품의 판매확대에 적극 나서는 입장이다.
AMD코리아(대표 주재량)도 제품 다양화와 고객사와의 협력확대, 대소비자 마케팅 전개 등 국내 시장공략에 이미 팔을 걷어붙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애슬론 프로세서, 최근 보급형의 듀론을 출시한 데 이어 서버용 프로세서인 「머스탱(Mustang)」, 고성능 노트북PC 시장을 겨냥한 「콜벳(Corvette)」 및 266㎒ 프런트사이드버스(FSB),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지원의 「760」 칩세트를 추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AMD코리아는 이밖에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인지도 향상이 시급하다고 보고 올 하반기부터 매체광고, 대학 및 전자상가와 연계한 이벤트 개최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AMD의 향후 전략에 대해 주재량 사장은 올해 말까지 노트북컴퓨터용 CPU인 모바일 애슬론과 모바일 듀론을 시장에 투입하고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용으로 대용량 캐시메모리가 내장된 머스탱, 내년까지는 64비트 아키텍처 칩을 제품화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기존의 고성능 PC용 CPU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0.18미크론 공정기술 제품의 수율을 높이고 전세계 13개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Fab)을 통해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계속해서 1㎓ CPU 경쟁에서 AMD에 상처입은 자존심의 회복을 위해 64비트 아키텍처에 기반한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이달에 출시한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인텔은 비단 CPU뿐만 아니라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AMD와 세계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인터넷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이래 관련 사업을 폭넓게 추진중이다.
인텔은 이동통신용 플래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생산량을 늘리고 올해 아시아에서는 3번째로 설립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웹 호스팅 사업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코리아는 또 최근 인텔캐피털 운용을 가시화하면서 담당 임원 2명을 배치해 국내 벤처기업 발굴에 들어갔다.
은진혁 인텔코리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은 인텔의 기술과 제품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인수·합병의 방침을 설명했다.
인텔코리아도 통신과 무선 컴퓨팅, 인터넷에 대한 사업 확대를 지향하는 인텔의 전략에 따라 이 부분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추세다.
자신이 무선통신그룹(WCCG) 영업이사 출신인 은진혁 사장은 『이제 인텔은 통신사업 비중이 전체 30%에 이른다』며 『CDMA분야 진출을 위해 지난해 인수했던 DSPC를 중심으로 광대역(W-band)CDMA, TDMA 단말기 제품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텔코리아가 정용환 전 사장을 대표이사로 유지시키면서 인텔의 신규사업인 IDC, 인텔 캐피털 등을 전담시킨 것도 부문별 전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텔과 AMD가 국내에 진출한 것은 각각 89년과 87년. 지사설립 10년을 넘어선 이들 업체의 국내 매출은 이제 중견 기업 수준에 육박했다. 인텔코리아는 본사의 규모만큼이나 국내 규모도 다국적 기업중 수위를 달린다.
흔히 다국적 기업이 그러하듯 절대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회사 방침상 정확한 매출총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 상반기까지 최소 5억달러 이상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적게는 10억달러에서 많게는 1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매출액의 대폭적인 성장은 인텔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올해 상반기 성장율 100%와 고용인원 100명 돌파라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AMD코리아는 올 상반기에 1억7000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3억에서 3억5000만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같은 매출에는 역시 애슬론 프로세서와 플래시 메모리의 덕이 컸다.
AMD코리아는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국내 통신시장의 급성장으로 2배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AMD는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일본 후지쯔와 합작해 전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 인텔을 앞선다. 두 업체 공히 국내 마케팅·영업은 이원체제로 이뤄진다.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대기업은 지사가 직접 맡고 그 외 중·소업체는 각각의 대리점이 전담하는 식이다. 석영인텍·삼테크·제이씨현시스템 등은 인텔 제품을, 승전상사·라이톤·피시디렉트 등은 AMD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 대리점이다.
전체 매출로 살펴 보면 인텔은 99년 130억달러, 2000년 상반기에는 지난해 대비 평균 18% 성장한 163억달러를 기록하고 99년 매출의 50%에 해당하는 73억14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AMD 전체 매출액은 29억달러, 올 상반기는 지난해 대비 85% 성장한 22억6000만달러다. AMD는 순이익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상반기에는 약 4억달러 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고용인원에서는 AMD가 약 1만3000명, 인텔은 그 6배 가까이 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인텔:AMD 회사 현황
인텔 AMD
설립연도 1968년(1989) 1969년(1987)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주요품목 CPU,플래시메모리,통신, 웹호스팅 CPU,플래시메모리,홈PNA
2000년 매출예상 3000억달러이상(10억~15억$) 40억달러이상(3억~3억5000만$)
고용인원 7만3000명(100명) 1만3000명(20명)
*()은 국내 지사/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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