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잠마 도쿄게임쇼 결산-아케이드 게임 위축

지난주말 일본 동경에서는 양대 게임쇼가 폐막됐다. 지바현 빅 사이트에서 21일부터 23일간 열렸던 잠마쇼는 세계 최대의 아케이드 게임쇼로 38년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한다. 동경 마쿠하리 메세에서 22일부터 24일간 열린 동경추계쇼(이하 동경쇼)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을 중심으로 한 일본 최대의 게임쇼다. 이 게임쇼는 하루 차이를 두고 폐막함으로써 2000년을 마감했다.

전시장의 분위기나 현지언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아케이드 게임은 후퇴하고 비디오 게임은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다만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네트워크 게임이 세계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것이 유일한 성과로 꼽혔다.

우선 잠마쇼의 경우 관측통들은 DDR 이후 아케이드 산업의 중심 플랫폼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 기대에 못미친 잠마 = 잠마쇼의 침체된 분위기는 요시히토 가키하라 잠마 회장의 개회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요시히토 회장은 21일 개회식 자리에서 『일본의 경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우리산업(아케이드 게임)은 여전히 후퇴하고 있다』며 일본 아케이드 게임이 양적인 측면에서 위축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요시히토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IT혁명으로 인한 위대한 터닝 포인트에 접어들었다』며 질적인 변화를 촉구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포스트DDR 전략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 실제로 출품된 2000여점의 아케이드 게임기 중 인기만화를 소재로 한 동명의 슈팅게임 고르고(남코)와 전차시뮬레이션 게임(타이토) 등만이 눈길을 끌었을 뿐 대부분이 DDR와 유사한 댄싱 게임기나 이전 제품의 업데이트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일본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포스트DDR를 준비하는 과제는 내년 잠마쇼로 미뤄졌다.

한편 올해 잠마쇼는 2만5690m²의 규모에 1088개 부스로 꾸며졌다. 80개사가 2000여점을 출품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동경쇼는 잠마에 비해 규모가 더욱 크고 화려한 모습을 보였다. 63개 참여업체가 1169개 부스를 통해 제품을 선보였으며 행사기간 동안 15만명의 참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할 새로운 제품이나 전략을 발표한 업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PSⅡ나 드림캐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전략 등이 발표됐던 과거의 전시회에 비교하면 이렇다 할 이슈가 없었다. 가정용 게임기의 3대 메이저 중 닌텐도와 세가 등 2개사 본사차원에서 부스를 꾸미지 않았으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X박스의 홍보에 열을 올렸던 MS의 목소리도 조용하기만 했다.

이번 동경쇼에서 그나마 얻은 성과라면 닌텐도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인 「겜보이 컬러 어드밴스트」가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정도. 32비트의 CPU에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갖춘 이 제품은 휴대형 게임기의 16비트 시대를 마감하고 화려한 32비

트 시대를 열었으며 인터넷 정보기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특히 이번 동경쇼에는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처음으로 참여해 수십 종의 무선인터넷 모바일 게임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 일본 아케이드 업계의 횡포 = 이번 잠마쇼에서 일본의 아케이드 관련업계는 한국 아케이드 업체의 세계 시장잠식에 대한 염려를 그대로 드러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잠마는 지난해까지 한국 업체들의 전시회 참여를 독려했으나 올해에는 한국 업체나 단체 이름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업체인 어뮤즈월드(대표 이상철)가 일본 대리점을 통해 출품한 주력제품의 전시를 일방적으로 금지해 말썽을 빚었다. 잠마측은 어뮤즈월드가 출품하려는 EZ2댄서에 대해서 행사시작 3일전인 지난 18일 『코나미측이 EZ2댄서가 자사 제품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출품을 강력히 반대해 어쩔 수 없이 출품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보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뮤즈월드측에 소명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어뮤즈월드측은 EZ2댄서는 코나미사의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으며 다만 EZ2댄서가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수상하는 등 바람을 일으키자 일본 업계에서 코나미사의 특허권 문제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출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황포를 부렸다는 입장이다. 어뮤즈월드측은 행사기간중 기자회견을 열고 잠마측의 횡포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게임제작협회의 김정률 회장은 『한국은 3차에 걸쳐 일본 문화를 수용하는 조치를 취했고 업계에서도 양국의 문화산업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임에도 일본 업계는 특정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업체의 출품자체를 막고 있는 현실』이라며 『업계는 물론 정부측도 앞으로 일본측과 문화산업교류에 있어 이같은 일본 업계의 태도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동경=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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