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방은 창조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산업화도 마찬가지다.
농경제 위주의 1차 산업에 주력했던 우리가 제조업·서비스업에 이어 정보기술산업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산업구조를 변화시켜온 것도 어떻게 보면 모방의 과정이 필수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 역시 미래 한국기업의 기술경영전략을 「모방」과 「혁신」에서 찾고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지난 1960년대부터 우리는 국가경제성장과 기업의 성공을 위해 기술에 주력해왔다. 기술경영(management of technology)이라고 일컫는 개념도 여기서 출발한다.
이 책은 6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산업화 기간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과정을 국가의 기술경영, 산업정책·과학기술정책·교육정책·노동정책 등의 변화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발전 형태도 역행적 엔지니어링(모방)에서 기술혁신(창조)에 이르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부 구성도 △제1부 정부정책과 사회문화적 환경의 발전 과정 △제2
부 모방에서 혁신으로의 주요산업별 분석으로 나눠 대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장려해 기간산업을 일으킨 정부의 역할과 이를 뒷받침해준 근면한 국민성, 그리고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각 산업별 모방과 혁신의 과정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향후 우리의 국가발전과 기업성장에 필요한 전략수립이라는 명제를 놓고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전략수립을 위해 어떠한 기술전략적 선택과 총체적 정책이 필요한지, 이를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근간이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모방과 개량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의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전략은 무엇이며 어떠한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해서 어떻게 독창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할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산업경제의 역사, 새천년 정보시대도 모방과 혁신의 담론이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인수 지음, 임윤철·이호선 옮김, 시그마인사이트컴 펴냄, 1만5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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