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원 예산에 17억6000만원, 3000만원 예산에 1원, 55억원 예산에 19억9000만원(추정치).」
이는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부내전용전화망 음성데이터통합(VoIP)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올해 7월 서울시청이 실시한 민원서비스용 웹투폰 입찰 중 이달 한국통신이 실시한 VoIP 프로젝트 입찰의 최종 낙찰가다. 관공서 및 기간통신사업자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마련한 예산보다 턱없이 싼 가격이다.
국내 VoIP 전문 업체간의 덤핑수주경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덤핑경쟁의 수준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제살깎이식」의 정도를 넘어서 최근에는 「이판사판식」으로 심화되고 있다.
덤핑가격으로 프로젝트를 낙찰받은 업체 또는 컨소시엄은 「이후에 추진될 추가 프로젝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 또는 「관공서 또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진행한 최초의 VoIP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덤핑입찰을 정당화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난해 9월 정통부 부내전용전화망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한솔텔레컴(시스템통합), SL시스템즈(VoIP 솔루션공급) 등의 컨소시엄은 공급장비 검수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 정통부 추가 프로젝트에서 반드시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서울시청이 실시한 웹투폰 입찰을 1원에 최종 수주한 유너스테크놀러지는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웹투폰 공급을 제안받고 있지만 지자체들도 덤핑납품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 이 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번에 한국통신 VoIP 프로젝트를 낙찰한 다이알로직코리아·코스모브리지·디지탈웨이브·시그앤 등의 컨소시엄은 30억여원에 프로젝트를 낙찰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이의 3분의 2 수준에 수주했다. 더욱이 덤핑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한국통신의 추가 프로젝트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추가 프로젝트 없이 단발로 끝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행(?)하게도 정도를 넘어선 국내 업체들의 덤핑경쟁의 결과로 외산장비 업체로부터 국내시장을 방어할 수 있었으나 극으로 치닫고 있는 출혈경쟁은 적자에 따른 자생력 약화로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관적이다.
이처럼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업계, 관공서, 사업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VoIP 시장이 21세기 호황사업으로 부상하자 신규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신규 및 기존업체들은 자신들의 입지강화를 위해 상징적인 관공서, 기간통신사업자 프로젝트에 불빛에 나방 모이듯 모여들어 「너 죽고 나 죽자식」의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관공서와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시스템 구축비용 절감차원에서 최저가 입찰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업체들의 과당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입찰방식은 참여업체가 입찰제안서와 함께 입찰금액을 써 낸 이후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실시해 BMT 통과업체를 추려낸 다음, 입찰가 기준으로 낙찰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결국 BMT에서 꼴등으로 통과한 업체가 1등으로 통과한 업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써냈다면 꼴등업체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형식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BMT 점수와 입찰가를 균등한 비율로 평가하는 종합평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입찰참여 업체들의 입찰 평균가를 훨씬 밑도는 가격을 써낸 업체는 감점하는 보완책을 둔다면 사업자는 우수한 성능의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고 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에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어 양자에게 모두 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싸움이 아닌 기술경쟁으로 승부할 수 있는 토대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만 국내 VoIP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진정한 영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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