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LCD업계, 밀월시대 열린다

세계 액정표시장치(LCD)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밀월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EDIRAK)과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는 최근 급변하는 세계 LCD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국 업체간 공식 협의체를 두기로 하는 등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 업체들이 시장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온 상황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단체는 다음달 10일 서울에서 EIAJ-EDIRAK 회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 자리에서 두 나라 업체들을 주축으로 하는 가칭 세계LCD산업협의회(WLICC)를 이른 시일 안에 구성하기로 합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 안건은 WLICC의 구성 외에도 △과불화탄소(PFCs) 등 환경오염물질의 감축 △LCD 관련 폐기물 처리 △관련 통계자료 등에 대한 상호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다.

한국측에서는 삼성전자·LG필립스LCD·삼성SDI 등의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일본측에서는 도시바 등 주요 업체의 관계자가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의 이번 협의회 구성 추진은 앞으로 다양해질 고객사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환경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협의체 구성에는 그동안 한국업체와의 협력을 꺼려왔던 일본업체들이 적극 나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LCD시장 1위인 일본업체들은 2위인 한국업체들의 초강세로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으나 워낙 한국업체들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이참에 한국업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세계시장 주도권을 공유하자』는 것이 일본업체들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업체들은 제조기술이나 생산규모에서 일본업체들을 압도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기초기술의 개발이나 응용시장의 창출에서 앞선 일본업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들을 견제할 필요성도 증대됐다.

무엇보다 양국 업체들은 안정적인 LCD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LCD업체들은 신규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대형 PC업체나 정보통신업체와 협의해왔는데 시장 조기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 보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양국 LCD업체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가격하락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국 업체들의 공조체제는 앞으로 더욱 무르익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은 주요 디스플레이업체와 고객사로 구성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LCD 및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차세대 표준 제정 회의를 다음달 초 서울에서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주요 디스플레이에 대한 표준화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그동안 소원했던 일본업체와의 공조체제를 복원함으로써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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