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 현대전자 사장
지난 96년부터 시작된 D램 공급과잉이 99년 이후 해소되면서 올해 2분기부터 가격 상승세를 타고 있다. D램의 호경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국내외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반도체 D램 사이클의 변화 = 반도체 특히 D램 시장은 주기적인 사이클(cycle)로 움직인다. 그런데 예년과는 다른 패턴이 보이고 있다.
미국의 호경기를 과거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어 신경제 이론으로 접근하듯이 D램 호경기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D램 사이클은 과거에 비해 점차 길어졌으며 변화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D램 수요 패턴의 변화다. 즉 PC중심의 시장에서 인터넷관련 산업과 디지털화 및 정보통신기기의 모바일(mobile)화에 의한 신규 수요의 창출이 D램 수요의 견고한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둘째, 투자규모의 거대화와 D램 업계의 과점화 현상이다. 과거와는 달리 신규 진입이 어렵고 투자 여력을 갖춘 업체가 국한돼 생산능력(CAPA)이 부족한 현상이 빚어졌다.
셋째, 미세공정화의 진전으로 극한기술이 요구되나 기술적 난이도의 증가로 생산성(yield, net die) 향상이 둔화됐다.
◇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등장 = 미국의 신경제는 정보기술(IT)산업이 주도하며 그 핵심에는 인터넷이 자리를 잡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인식하면서 인터넷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서버 및 인터넷 응용분야가 새로운 D램 수요처로 떠올랐다.
인터넷과 더불어 디지털TV·디지털카메라·세트톱박스 등 디지털 신가전의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IMT2000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mobile network)의 급속한 성장은 PC수요 둔화를 커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D램 수요는 앞으로 몇 년간 65∼75%의 고속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투자규모의 축소 = 91∼96년 D램 업계는 매년 10개 정도의 신규 라인을 건설했다. 그런데 97년 이후에는 매년 5개 안팎의 라인증설에 그쳤다. 전체적인 생산능력이 부족하다. 라인증설의 둔화는 불경기로 인해 투자여력이 부족한데다 업체간 합병, 제휴 및 투자규모의 거대화로 더욱 신중하게 투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슈는 12인치 웨이퍼 투자규모와 그 시기라 할 수 있다. 12인치에 대한 투자는 내년과 내후년에 집중되는데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2003년 이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장비발주 문제와 기술적 장벽으로 생산성 향상은 상당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95년 이후 우수한 자본과 일본으로부터 기술도입을 통해 투자 및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생산기준 시장점유율을 12%까지 늘렸으나 D램 사업의 특성인 양산에 필요한 훈련된 엔지니어는 물론 전력·용수 등 기본 인프라가 취약해 급속한 시장 잠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은 D램 산업의 투자 매력도를 낮게 보고 플래시메모리·시스템LSI에 집중해 D램 시장점유율이 올해 25%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 경쟁국의 생산량 증가는 크지 않은 것이다.
D램 시장 경쟁에서는 기술선도와 함께 원가경쟁력이 척도다. 업체마다 반도체 칩의 크기를 줄이는 「칩 시링크(chip shrink)」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0.18미크론(㎛)과 같은 새 공정기술은 기술적 장벽으로 인해 수율 향상이 쉽지 않다. 공급량 증가가 둔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97년에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100%의 증가했으나 올해에는 70% 수준이며, 내년에는 50∼60%로 대폭 둔화될 전망이다.
두번째 제약요인은 장비발주 문제다. D램 양산을 위한 장비의 수요가 급증하나 장비업체의 특성상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기 어려워 장비발주가 길어지는 추세며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다.
◇ 앞으로의 수급전망 = D램 수급은 변수가 너무나 많아 정확한 예측이 늘 어렵다. 그렇지만 여러 요인을 살펴보건대 분기별로 변화는 있겠으나 2002년까지 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D램 경기는 2002년이 정점이다. 일본의 퇴조로 주요 4개사가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했으나 투자여력이 많지 않으며 지금 투자해도 2년 후에야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2003년 이후는 다소 성장 속도가 느려지겠으나 과거와 같은 큰 폭의 하락은 없으리라고 본다.
다시 강조하지만 D램 산업에 대한 시각을 달리 봐야 한다. 과거 D램 사이클은 공급경쟁에 의한 공급과잉으로 부침이 심했으나 미래에는 4, 5개의 제한된 공급자에 의한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수요 측면에서도 PC에서 인터넷·이동통신·신가전 등으로 다양해져 성장세가 굳건하다. 공급 측면 역시 경쟁자의 궤도이탈, 투자제한, 기술난이도 증가, 2002년께 12인치 양산라인 도입 등으로 공급 증가율이 둔화돼 앞으로 3∼4년간 부분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겠으나 전반반적으로는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전자는 D램 사이클의 정점이 2002∼2003년이 될 것이며 2003년 이후에도 과거와 같은 가격폭락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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