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컴퓨터랜드, 파산결정

지난 7월 20일 부도를 낸 뒤 법정관리 신청을 냈던 세진컴퓨터랜드가 끝내 재기의 기회를 잃고 회사정리 절차를 밟게 됐다.

서울지방법원 파산2부(재판장 이형하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세진컴퓨터랜드에 대해 법정관리 대신 이달 초 대우통신 등 3개사가 제출한 파산신청을 받아들여 20일 최종 파산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90년 설립돼 95년 전국적 유통망을 구축하며 컴퓨터 유통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세진컴퓨터랜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부에서 『세진컴퓨터랜드는 수익성에 대한 검토 없이 매출확대만을 시도해 직영점을 확대, 출혈판매 등을 거듭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수년간 결손이 누적됐다』며 『자산이 784억여원 정도인 반면 부채는 4800억원 상당에 이르는 등 지급불능 상태에 있어 파산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대우전자를 비롯해 HP·엡손 등 채권단 업체들과 세진에 담보를 설정하지 않고 무담보로 거래했던 450여개 협력업체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백수십억원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우전자 등 10개 채권단 소속 업체들은 담보를 설정한 상태여서 일부나마 변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440여개 업체들은 현금이나 신용으로 거래를 한 상태여서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세진에 무담보로 물품을 공급했던 협력업체 150개로 구성된 무담보채권단(대표 정봉균)은 청와대 및 공정거래위원회·언론사 등에 탄원서를 보내 『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랜드와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시키기로 구두로 합의해놓고도 파산신청을 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사실상 세진의 모기업이라는 특수관계에 있는 대우통신이 파산신청을 한 것은 무효이며 앞으로 대우통신을 내부자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