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글로벌 경영

글로벌 경영이 기업경영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시장은 이제 그동안 지역적 시장 사이에 존재하던 시간과 공간적 장벽이 붕괴되면서 상품·서비스·자본·인력 등이 자유롭게 유통하는 하나의 동질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글로벌 경영이란 개념은 자유무역체제의 확산과 각국의 개방화 추세에 따라 경제활동에서 국경의 개념이 중요성을 상실하면서 대두된 것으로 경제활동의 무대를 특정 국가에 한정시키지 않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체제를 의미한다.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는 목적은 사업의 영역을 전세계로 확장시키기 위해 전세계에 분산돼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있다. 이에따라 자본·기술·설비 등의 생산요소를 지역별 비교우위에 의해 전문화하고 흐름을 최적화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글로벌화는 제국주의시대 서구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에서부터 이미 그 싹을 보여왔지만 그 당시의 글로벌화는 새천년의 글로벌화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20세기에도 기업의 글로벌화는 유럽법인은 유럽, 아시아법인은 아시아에서 경쟁하는 지역적 한계가 있었으나 21세기에는 지역적 한계가 완전히 사라져 서로 다른 국적의 기업들이 전세계 모든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면으로 넘어서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과거에는 국내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부문을 경제개발이 뒤떨어진 국가로 이전하는 방식을 취해왔으나 이제는 핵심사업으로 세계무대에 나선다. 또 공장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기보다는 선진업체와 제휴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처럼 글로벌 경영에 나서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첫째가 「글로벌 제휴」다. 특정지역에 새롭게 진출하려면 해당 지역의 선두기업과 손잡아야 함은 당연한 이치지만 전세계 각 분야의 주요기업들이 제휴와 동맹을 결성하는 와중에서 이 네트워크에 편입되지 못하면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군소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도 제휴바람은 거셀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분야인 전자와 금융사업을 글로벌경영의 선두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인텔 및 컴팩과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해외금융기관과의 제휴도 추진중이다. 현대는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미쓰비시·볼보 등과 제휴를 모색중이고 디스플레이 사업을 위해 해외업체와의 제휴도 모색중이며 LG는 전자와 화학으로 가닥을 잡고 전자업체인 미국 제니스 인수를 비롯해 영국의 스미스클라인 비첨 등과 제약분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 포항제철은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제휴를 모색중이고 삼성물산은 일본 닛쇼이와이와 무역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으며 대한항공은 세계 유수의 항공사와 운항동맹을 결성했다. LG정유는 텍사코와 컨소시엄을 결성했고 현대자동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제휴를 맺었다.

현재 현대·삼성·LG·SK 등 국내 재벌그룹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해외사업장 및 지사들과 국내 사업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경영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장흐름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물론 글로벌 기업이 꼭 전세계에 대규모 설비와 인력을 갖춘 다국적기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도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12개 주요 벤처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비전, 문화적 격차극복, 폭넓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전세계 조직망의 긴밀한 협력 등과 같은 글로벌 경영을 통해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글로벌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열기는 곧바로 전문인력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종대학교는 경영대학원의 이름을 세계경영대학원으로 바꾸고 세계화를 테마로 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 전세계 다국적기업의 CEO들을 강사로 초빙해 글로벌 경영을 가르치기로 했다.

포항제철은 외환위기 이후 중단했던 글로벌 지역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재개하기로 하고 제철소 조업과 정비에 필요한 기본 기술 및 새로운 경영 기업 등에 관한 25개의 과제를 선정, 유학생을 선발해 해외에 파견키로 했으며 전경련 산하 국제경영원도 최공경영자과정을 통해 최고경영자들의 글로벌 경영 감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전세계 고객에게 그들이 주문하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기업 내부의 필요에 의해 글로벌화가 추진됐다면 이제는 외부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글로벌화를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체제로 변신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체가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단일화된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국경을 초월한 약속이나 규범」으로서 하이테크 분야의 기술표준에서부터 기업문화·고용제도·세제·회계·물가·생활규범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전환을 위해 경쟁적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 조류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통상압력을 받게 될 뿐 아니라 국제거래상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들의 경영지표와 국제거래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 대부분은 미국방식이다. 이는 미국 기업이 글로벌 경영에 한발 빨리 나서면서 주도권을 잡았던 탓도 있지만 미국기업의 주요 관행과 경영방식 및 투자관행 등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여타 국가의 기업들이 그 사례를 속속 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되는 것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금융분야는 개방화·자율화·대형화, 기업지배구조는 주주를 중시하는 영미식, 회계는 실질 지배관계를 중시하는 연결재무재표와 자산에 대한 시가평가 위주 등을 꼽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시장진흥법을 재정해 주식회사에만 인정되던 지주회사를 전 유한회사로 확대적용했고 유럽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ABB는 조직슬림화, 주주가치 증대, 경영간부 업적제 등을 새롭게 도입했으며 벤츠사는 독일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식 회계기준을 도입해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같은 성과는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의 적극적인 수용의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미국 주도의 현 상황은 문화적 동질성이 큰 유럽국가들에겐 상대적으로 도입이 쉽지만 아시아국가들에겐 상당한 문화충격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 세계화가 미국화와 동일시되면서 급작스런 변화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을 미국으로 지목해 반미감정이 들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따라서 불합리한 제도·관행·풍토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국제사회에 통용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정착시킴으로써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글로벌 경영은 단지 해외로의 더 많은 진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빠르게 도입해 적응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기업경영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중심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