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제도의 체계적 발전과 국가표준제도의 확립을 위한 토론의 장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지난 1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김재관 인천대 교수의 주제발표와 함께 이충희 한림원 부원장을 비롯한 5명의 패널들이 우리나라 국가표준 확립을 위한 깊이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토론주제:국가표준제도의 확립
◇토론자:김재관 인천대 교수(주제발표), 김종갑 산자부 산업기술국장, 은희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이충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사회), 유병주 충남대 교수(무순)
◇이충희 부원장 = 국가표준제도는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할 객관적인 기준이다. 고도의 문명사회를 건설하는데 기본이 되는 근본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표준제도의 발달 정도를 기준으로 개별국가의 선진화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고 산업기술의 고도화 정도 또한 파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표준제도의 중요성을 인식, 지난해 국가표준기본법을 제정했다.
◇김종갑 국장 = 그동안 표준규정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 발전의 후진성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기술 분야의 취약성이 표준제도의 취약성을 야기했다. 산업자원부는 내년 표준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100%로 확대했다. 표준관련 분야의 모든 관계자가 한 목소리를 내 이 분야의 중요성을 정부 및 학계에 알려야 한다.
◇은희준 원장 = 남북정상회담, 경의선 복원 등 남북교류가 급류를 타면서 특히 남북간 경제협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경협 활성화를 위해 선결돼야 할 것이 바로 표준의 문제다. 표준제도 일원화 방안으로 북한에 표준센터를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
◇임관 회장 = 지식기반사회의 구축을 위해서도 국가표준제도 확립은 꼭 필요하다. 국제 표준화 채택이 세계시장 장악의 필요조건이지만 정부와 관계당국은 아직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표준제도 확립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상향식 정책제안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민간부문은 멀티미디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국제 표준화에 관한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신기술에 관한 국제 표준화 관련 회의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상호인증협정의 적합성 평가기관에 대해 상대국의 신뢰성을 얻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적합성 평가기관을 국가단일 기관으로 통합해야 한다.
◇유병주 교수 = 연구개발은 과학자의 몫이고 그외 인력은 연구개발인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표준원이 중심이 돼 표준화 확립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준관련 지원책이 빨리 발표돼야 한다. 표준과학연구원과 기술표준원의 업무중복도 문제다. 국가표준기본법과 산자부가 발표한 고시 사이에 모순적인 부분이 보인다.
◇김재관 교수 = 국가표준기본법(기본법) 제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본법은 모든 정부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부분이었지만 어렵게 통과됐다. IMF 경제위기가 기본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98년 12월 산자부 동의를 거쳐 99년 1월 이 법이 통과됐다. 이번에 제정된 기본법은 세계적인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본법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부처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가 표준기관간 통합이 제대로 진행됐으면 한다. 미국·영국 등 구미 선진국들은 아직도 미터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표준제도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너무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국제적 컨센서스의 확립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표준화 문제에 관해 정부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표준제도에 관한 인식과 마인드가 부족해 관련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분단을 경험한 국가들은 통일 이후 국가표준제도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 독일은 서독·동독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낭비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남북간 단일화된 표준제도 확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남한이 표준제도 확립의 주도권을 갖고 남북간 국가표준제도 확립에 힘써야 한다.
또 국제적인 표준관련 교류가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적합성 평가, 상호인증 문제 등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국제적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국제표준의 흐름을 잃지 말아야 한다. 민간부문도 자기들과 관련된 분야의 국제표준과 규격에 관심을 갖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충희 부원장 = 정부 주도의 표준화 대책도 필요하지만 민간 주도의 표준화 운동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종갑 국장 = 정부와 민간단체가 서로의 역할에 대해 깊이있게 논이하고 양자간 역할분담의 확실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민간과 업계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정부는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매개역을 맡아야 효율성이 증대된다.
그러나 현재 민간과 업계는 표준화와 규격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가표준심의회 실무위원회에서 자세한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지난해보다 100% 늘어난 표준화 관련 예산을 확보했고 표준분야 기본계획 홍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김재관 교수 = 민간부문이 표준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산업표준은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국제표준협약 등과 같은 국제적 표준제도 부분을 맡고 민간은 세계적 추세에 맞는 산업표준 확립에 앞장서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민간기관에 표준관련 문제를 맡기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헌법과 기본법을 이행해 표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정기간 이들 법을 중심으로 표준제도 관련 법령을 이행하고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기본법을 수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기본법을 토대로 한 표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교정제도는 국제적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표준제도 확립의 출발이다.
◇이충희 부원장 = 기본법은 훌륭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시행령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은희준 원장 = 표준원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법 정신을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다. 정부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표준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김재관 교수 = 표준원과 기술표준원 등 정부부처의 유사명칭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유사명칭 사용은 철저히 배제하고 우리 국가과학기술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표준원이 국가 표준의 최고기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표준 문제가 일반인과 각계 고위층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국내외적 환경과 계기를 조성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향후 표준·규격과 관련된 문제는 글로벌화와 더불어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국가표준 문제가 이번 토론회에서 이처럼 이슈화된 것도 큰 수확이다.
◇이충희 부원장 = 국가표준제도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기본법은 훌륭하나 과학기술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가표준제도 실천에서 과학기술계 관련자들은 기본법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관련부처의 적극적 대화와 이해관계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관련부처는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국가표준제도 확립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표준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정리 = 장관진기자 <a href = "mailto:bbory5@etnews.co.kr">bbory5@etnews.co.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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