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버스와 D램업체간에 벌어진 특허분쟁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번 특허전쟁은 일단 수적으로 우세한 D램업체들에 기울 듯 했으나 램버스의 대반격과 일본의 D램·가전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램버스의 편을 들고 나서 승패를 전혀 점칠 수 없는 안개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상기류의 발원지는 일본의 NEC. 이 회사는 램버스가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을 역제소한 지 하루만인 13일 램버스와 로열티 지급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맞소송이 나올 것으로 보고 램버스와 일전을 준비해온 두 회사는 예상치 못한 NEC의 발표에 얼마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램버스와의 소송에서 자칫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NEC는 세계 2위의 반도체업체이며 D램 분야에서는 일본의 대표주자다. 또한 삼성전자·마이크론·현대전자와 함께 D램 4강구도를 형성하는 회사다.
히타치·도시바·오키전자공업 등 다른 일본업체들이 램버스에 굴복한 것과는 업계에 미칠 파장 자체가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현대전자와 마이크론 등은 그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전자측은 『NEC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이 램버스에 굴복한 것은 그동안 특허소송 악몽을 겪으면서 지레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램버스의 특허권이 공인된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라고 주장했다.
NEC와 별개로 반 램버스 진영을 신경쓰이게 하는 것은 일본의 가전업체들이다. 파나소닉과 소니 등은 시드니올림픽을 계기로 수요가 본격화될 고선명(HD)TV나 디지털 위성 세트톱박스 등에 램버스 D램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EC도 사실 이러한 시장을 염두에 두고 램버스와 로열티 협상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됐다.
상황이 달라지자 반 램버스 진영은 서둘러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램버스에 대해 현대전자는 특허권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반독점행위라는 기술외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두 대형 회사가 양동작전을 벌이고 14일 램버스에 제소당한 독일 인피니온의 지원사격까지 받을 경우 램버스와의 결투에서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전자는 이번 램버스와의 특허전쟁에 따라서 이미 특허소송중인 인피니온과 극적으로 화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허 전쟁의 변수는 D램 4강 가운데 아직 입장표명이 없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램버스와의 특별한 우호관계이면서도 램버스의 무차별적인 특허공세를 내심 못마땅해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삼성전자도 특허공세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램업체 가운데 램버스 D램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어 로열티 규모 또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대해 삼성전자측은 『램버스에 로열티를 물게 되더라도 램버스로부터 주식매입권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면서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램버스를 둘러싼 특허전쟁에 대해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고 본다.
램버스는 물론 반 램버스 D램업체 진영은 삼성전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양 진영의 싸움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가세해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가 당분간 침묵을 유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양 진영의 싸움은 상당히 피곤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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