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①IT업계 CEO들이 본 내년 경기전망

◆전자신문사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가 현재의 경제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경제시대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과 새해 알맞은 사업구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리서치플러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15일 동안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2000년 하반기 및 2001년 전자·정보통신 산업환경 및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전자·정보통신업체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해 전화·팩스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유효표본은 전국 212개 업체였으며 표본추출은 정보통신서비스, 정보통신기기, 가전산업, 반도체/부품산업, 산업전자, 컴퓨터(HW), 소프트웨어(영상산업 포함), 유통산업 등 8개 업종으로 나뉘어 할당추출법을 사용했다. 편집자◆

「내년부터는 IMF 이후 최고 성장세를 나타낼 올해의 과실이 안정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새천년 밀레니엄 첫해인 올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매출이 평균 30% 성장할 정도로 최고의 호황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로서는 이제 호황의 여력을 내년도 이후의 안정 성장으로 이어가기 위해 응축시켜야 할 상황이다.

긴 어둠의 터널에서 이제 막 벗어난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아무런 무리없이 고도 성장의 순항을 하리란 전망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상승이란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만만치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240억달러 이상의 원유수입국으로서 배럴당 1달러의 유가가 뛸 때마다 원유도입 부담이 9억달러씩 늘어난다는 계산이고 보면 우리 산업의 앞날은 당장 유가문제 하나만으로도 IMF 터널의 극복이후 1년 만에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1100원대를 힘들게 지탱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강세 기조는 우리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보이지 않게 위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18주년 기념으로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최고경영자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1년 전자·정보통신산업 환경 및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업계는 내년도 내수 및 수출 목표를 올해 예상치보다 각각 26.1%, 8.8% 정도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은 내년 수출을 어둡게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내수와 수출 성장목표간 불균형은 올해 성장 예상치 내수 14.7%, 수출 27.5%에 비하면 완전 반대현상이다. 그만큼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은 올해의 성장 과실을 내년도부터 안정 성장을 위해 투입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데 주목된다.

이는 분야별 실물경제의 현실과 내년도 예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초 반도체업계는 국제 반도체가격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7월부터 올해를 사상 최고의 반도체 수출의 해로 생각해 왔다. 연말까지 255억달러어치를 팔아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수출효자산업인 반도체와 함께 약 50억달러로 추정되는 이동전화단말기의 수출도 배럴당 30달러대의 고유가 위세에는 맥을 추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뚜렷하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수출은 올해 약 500억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산자부는 올 연말까지 당초보다 10억달러 이상 늘어난 243억달러의 원유를 수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주로 의존하는 국제유가가 26달러선(두바이산 기준)에서 안정되리란 전제하에 나온 것이어서 새삼 유가가 내년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해준다. 적어도 고유가가 신경제의 핵심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성장엔진에 영향을 주게 되리란 점만은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조사기관인 골드만삭스 등이 최근 들어 배럴당 30달러대의 고유가시대 진입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이대로라면 우리가 반도체를 만들어 벌어들인 달러가 고스란히 원유대금 지급에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전산업계도 디지털TV라는 가능시장이 있긴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컬러TV·세탁기·냉장고·전자레인지 등에 대한 마케팅 위축세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전자분야는 이미 올해도 다른 분야의 성장세를 따르지 못했다. 게다가 그동안 성장엔진으로 여겨졌던 벤처기업들은 외부적 요인보다 성장모델의 부재라든가 방만한 경영 등에 따른 내부의 사정으로 인해 거품론을 낳을 정도의 위기를 겪고 있다. 코스닥도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끝간데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둡고 어려운 상황이 가로막고 있다고 해서 우리의 성장엔진을 멈추거나 늦출 수는 없다. 이는 최근 정부가 신경제의 축인 인터넷산업과 벤처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은 데서도 잘 나타난다. 민간 또한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화답하듯 발빠른 신경제·신산업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달 민간기업의 인수합병(M&A) 촉진, 벤처기업육성 촉진지구 지정, 벤처에 대한 우선적 정책자금 지원, 유명 벤처 및 인터넷기업 중심 지원확대 등의 방침을 내놓았다. 다행스럽게도 이같은 정부의 대책은 이번 설문조사 과정에서 전자·정보통신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향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신규 사업부문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이미 e비즈니스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 이상이 임원 수준에서 e비즈니스 사업에 참여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정부와 민간 사이의 의견일치를 보여주고 있다.

경영자들은 특히 반도체·정보통신 등 첨단분야의 기술개발에 더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어 정부의 강력한 신산업·신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최근 정부는 벤처기업간 주식교환 등 현물출자 방식의 인수합병 기업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50%나 감면해 주는 내용 등을 제시하고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키로 한 바 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기업들의 적극적 M&A 의지와도 일치돼 신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과 민간의 신경제 산업분야 육성과 관련한 방향이 일치점을 찾으면서 내년도 경제기상도는 흐림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제 산업의 성장과정이란 시각에서 볼 때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 단계를 과도기라고 하면 2001년은 본격적인 신경제 성장기로 규정될 만하다.

신경제의 핵심이 될 초고속정보통신망과 민간망의 구축이 일단 첫 단추를 채우면서 차근차근 진행되기 시작하고 있고 생물산업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정보통신산업에 이은 새로운 신경제의 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 경제가 8년 연속 호황세를 나타낸 엔진이 신경제였듯 우리 정부가 IMF 불황 터널을 벗어나는 핵심 산업을 정보통신산업에서 찾아 육성하려는 것은 자연스럽게 비쳐진다.

더욱이 최근 나락을 거듭하는 벤처기업의 경영환경 속에서 정부의 다양한 벤처·인터넷산업 활성화정책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의 신경제 육성의지 및 이와 일맥상통하는 민간기업의 신경제 참여·육성의지는 내년도 전자·정보통신 기상도를 밝게 하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은 향후 2년 이내에 정보통신분야와 전자부품, 전자상거래 구매조달, 디지털가전 등에 집중할 것이란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적인 디지털 경제조류 속에서 올해의 성장과실을 향후 성장을 위한 정보인프라 구축·활용 및 직접참여의 발판 마련에 쏟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도에는 전자·정보통신산업계가 성장엔진을 늦추어 저속으로 항진하더라도 우리의 성장엔진이 결코 멈춤을 모른 채 성장을 위한 힘을 기르고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정부도 기업들이 원하는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 지원 및 보다 자유로운 규모의 경제활동 지원노력 등을 실현시켜 주어야 한다.

아직 내년도 경제의 흐름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전망처럼 이뤄지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IMF의 암담한 터널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전 산업계 최고의 성장률을 보여준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신경제 도약의 엔진으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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