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신경제>신경제속의 산업상-새로운 틀이 짜여진다

「클릭앤모타르(click & mortar).」

우리에겐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정보기술(IT) 강국인 미국에서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던 신조어다. 기업현장이나 산업을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에게 한때 경영철칙이었던 「브릭(brick)앤모타르」에서 파생된 말이다. 브릭앤모타르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고 야무지게 바르고 다져 튼튼한 건물을 짓는다는 뜻. 모든 산업활동에서 개별기업이나 산업전반의 업무기초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디지털이 전통적인 산업환경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요즘, 이 말은 「네트워크」경제의 특성을 가미한 클릭앤모타르로 새로 태어났다. 지난 수년간 봇물처럼 쏟아진 온라인 전문기업에는 오프라인환경의 업무지원 인프라가 필수적인 대신 굴뚝산업은 새로운 e비즈니스 추진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산업적 측면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화학적」 결합이 대세라는 뜻이고 이는 곧 신경제 산업패러다임이 수렴하는 방향선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신경제의 산업상은 단순히 IT로 옷을 갈아입는 정도가 아니다. 제조업에 IT가 효율적으로 활용될 경우 더이상 제조업이 아니라 「지식형」 산업으로 특성마저 탈바꿈하는 것이다.

변화의 선두에는 인터넷을 전면에 내세운 첨단 IT산업이 있다. 인터넷은 기업활동의 고전적인 한계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국경을 넘나드는 실시간 전자상거래(EC)는 물론 물리적인 자원없이 기업간 정보네트워크의 구축만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가상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를 총칭하는 IT업종은 산업전반의 e비즈니스 인프라 영역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제조·유통·금융·서비스·건설 등 업종 구분없이 횡적인 기간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신경제에서 IT산업은 통신·에너지·도로 등 예전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일컫는 「인프라」와는 성격이 다른 초업종적인 범위로 확장과 진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가 IT라 부르는 최근의 혁명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미리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기업운영과 가치창조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IT가 기반중의 기반산업으로 변모함에 따라 그 산업생산규모도 기하급수적인 팽창이 예상된다. HW기술이 18개월마다 배로 성능을 향상한다는 무어의 법칙으로 점차 개별제품의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엄청난 수요창출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신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엿보면 이 같은 전망을 뚜렷이 읽어낼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떠오르는 디지털경제2000」이란 보고서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제시하는 신경제는 바로 IT가 성장엔진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이 보고서는 IT산업이 지난 95∼98년 사이 미국 실질경제성장의 평균 35%에 달하는 기여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경제전체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3년 6%에서 98년 8% 이상으로 무려 배 이상 급증했다. 미국 경제통계국(BEA)은 또한 지난 95∼98년 사이 4년간 IT산업이 전체 경제성장에 있어 3분의 1 이상 견인한 동력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신경제가 유도하는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진화양상도 점차 「가능성」에서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가장 많은 종사기업이 있었던 제조업의 경우 전자상거래(EC)와 e비즈니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제조업에 열려진 신경제의 기회는 바로 △구매비용의 감소 △재고 감축 △생산기간 단축 △효율적인 고객서비스 △판매·마케팅비용 절감 △신규판로 확대 등 구체적인 효용을 담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델컴퓨터·시스코·제네럴일렉트릭 등 발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협력업체간 온라인 조달시스템을 구축, 비용감소와 생산기간 단축에 직접효과를 보고 있으며 이미 지난 97년 EC를 통해 30억달러 이상을 거래했다. IBM의 경우 발전적계획시스템(APS)를 통해 생산-마케팅-구매부서간 전자정보교환환경 구축으로 재고회전율 40%, 판매량은 30% 이상 끌어올렸다. GM 등 주요 자동차회사의 경우 초기 제품디자인에서 설계, 엔지니어링, 부품구성에 이르기까지 협력사간 탄탄한 정보협업체제를 창출하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이를 생산과 매출증대, 사후서비스에 연계시키는 「지식형」 제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은 결국 유통·물류 등 연관업종과의 긴밀한 협업체제를 만들어냄으로써 초기업 단위의 가상기업을 만들어낼 것이며 이는 결국 개별기업이 「지식형」 업무단위로 재편됨을 의미한다』고 전망한다.

제조업과의 이웃사촌격인 물류·유통도 하루가 다르게 신경제의 틀속에 변화, 적응해가는 업종이다. EC가 무형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유통업을 변화시키는 한편 물류는 그 동맥 역할을 수행한다는 원론적 의의는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추세가 돼 버렸다. 업종전체를 관망할 때 신경제는 제조·서비스 등 연관산업과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도록 유도한다.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정보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 구매·판매력 등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때 아마존이라는 다윗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던 베텔스만이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정보전략을 추진했던 월마트가 지식형 유통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이 들고 가시는 것보다 확실하다」는 다국적 물류회사의 모토도 결국은 정보자원의 효율적 활용으로 가능한 일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물류업종에서 정보시스템의 고도화는 사운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오고 있다. 유통·물류환경에 보다 생소한 변화를 몰고 오는 분야로는 SW·음악·방송·금융·티켓 등 무형의 콘텐츠를 들 수 있다. 사람도 점포도 필요없이 단지 인터넷 거래로만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콘텐츠 유통업은 머지않아 상당수가 무료화 내지 가격하락을 유도할 것이란 예측이다.

금융은 증권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소비자간(B2C) EC의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일찌감치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업종이다. 미국은 물론 최근 국내에서도 증권에 이어 은행·보험 등 업종전반에 걸쳐 e비즈니스·e마케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의 사이버뱅킹 서비스는 이미 지난 6월 사용자 120만명을 넘어선 뒤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보험업종내에서도 사이버상담·가입·정보관리 등 다각적인 마케팅이 활발하다. 신경제에서 금융업종이 겪는 현실적 변화는 결국 사이버환경 조성으로 연출된 산물이다. 증권·은행·보험 등 인터넷이 만들어낸 가상 금융시장은 종전 시장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닌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을 적극 유인하고 있다. 또 영업활동이 사람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관행에서 탈피, 이동형 인트라넷 및 고객정보(CRM) 활용을 통한 지식형 고객관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때문에 신경제가 금융업종에 요구하는 대세는 철저한 지식형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를 선도해왔던 굴뚝업종이 신경제 열풍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최근들어 새롭게 부각되는 첨단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대표적인 분야가 생물(바이오)산업. 바이오산업은 IT에 이어 「제3의 산업혁명」을 열 차세대 주인공으로 세계 각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주역이다. 건강의료·환경·식량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해 구미가 당기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타 업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보집약적인 산업이라는 점이다.

요즘들어 바이오벤처들이 쏟아지곤 있지만 IT와 달리 시장진입 성공률이 극히 떨어지고 투자회수기간이 특히 긴 것도 이 때문이다. 효율적인 정보축적 및 관리·활용을 위해 바이오와 IT의 만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흔히 IT와 접목된 산물로 알려진 DNA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첨단과 첨단의 결합은 결국 업종을 초월해 산업전반이 지식형 구조로 옮아가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