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new economy)는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는 경제다. 또 새로운 산업 분야가 나타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저실업과 저물가가 공존하며 수확체감의 법칙이 무시되는 등 이전의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신경제의 근간은 디지털이고, 디지털경제의 동력은 벤처다. 이 등식이 가능한 것은 디지털경제가 정보기술(IT)과 아이디어, 마케팅이 중시되는 사이버 시장과 결합해 새로운 유통혁명, 거래혁명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올 거래혁명, 즉 소비자 중심의 신경제에는 스피드와 창의성이 무기인 벤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인식아래 국내 경제패러다임의 주도권도 대규모 자본과 조직을 가진 재벌에서 첨단기술과 인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1960년대 이후의 국내 경제개발과정은 대기업 중심의 압축성장을 구가하며 다수의 중소기업은 조립가공형 대기업의 하도급기업으로 재편시켰다. 이러한 수십 년의 경제발전을 통해 대기업에 유리한 자원배분 매커니즘이 정착, 금융자원이나 우수한 인력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구조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패러다임은 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정을 겪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낮은 부문에 대규모 차입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부풀려 왔던 대기업은 금융경색과 불경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대거 쓰러지기 시작했다.
과거 대기업에 금융자원이 집중됐던 것은 사업의 수익성이 높았다기보다는 대마불사의 믿음에 기초한 측면이 컸으나 구조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믿음은 무너졌다. 또 기업의 도산으로 실직한 노동력이 넘쳐나게 됐고 도산하지 않은 기업은 상당수의 노동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추구했던 당시 기업의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종래 평생직장에 대한 인식을 무너뜨렸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새롭게 등장하는 벤처기업에 풍부한 자금과 우수한 인력이 집중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러한 벤처성장의 여건은 디지털기술과 PC 및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 그리고 정보통신산업의 급성장과 더불어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특히 90년대들어 통신산업의 규제완화 및 신규진입이 추진된 이후 통신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유관산업의 동시 발전을 유발시켰다. 이러한 정보통신산업은 그 성장 가능성으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했고 이것은 벤처기업의 양산으로 귀결됐다.
또 신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에 벤처를 올려 놓은 것으로 벤처캐피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벤처기업이 기술과 인력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많은 벤처기업의 양산을 가져왔다. 또 이들의 투자자금의 회수방안으로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벤처기업성장의 가장 직접적인 동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경제 확산에는 정부의 육성책도 한몫 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97년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공식화됐고 98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됐다. 당시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한계가 드러나고 대안적인 경제모델이 막연했던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는 당위론이 제기되는 시점이었다. 이에 정부는 국제규범이 허용하
는 범위 내에서 벤처기업에 자금·인력·입지·세제 등 다양한 지원수단을 강구했으며 코스닥시장의 정비, 벤처캐피털의 규제완화, 기술지원체제의 정비 등 제도 및 각종 인프라 구축에 힘썼고 창업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해 대학교,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지원했다.
결국 벤처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경제패러다임의 전환은 오랜기간 동안 지속돼 온 경제구조적인 문제와 기술발전 등의 주요 동인과 더불어 정부의 지속적인 육성지원책에 힘 입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하면서 기존 대기업과 벤처기업, 그리고 벤처기업간에 지속적 접점찾기로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벤처기업간 그리고 벤처와 비벤처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상호 시너지가 있는 벤처끼리 제휴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 개별 벤처기업간이 아닌 제휴 벤처군끼리 경쟁하면서 시장대응에 나설 것이다.
또 과거 선단식 경영, 비관련 다각화에 나섰던 재벌 경영방식의 벤처식으로의 전환과 벤처분야 사업진출 또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이 관련사업의 진출은 물론 벤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현상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경제하의 벤처기업은 특성상 기술집약적이고 실패 가능성이 높다. 또 생산 및 고용면에서도 기존 대기업이나 중소 제조업체를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도개선과 인프라 구축 외에 대기업 중심의 기존 제조업과 벤처기업의 네트워크를 강화, 상호 윈윈전략을 추진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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