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IT」 「벤처」 등으로 요약되는 신경제는 경제 원론적인 면에서 기존의 경제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개념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이 신경제 덕택에 10년 이상 호황을 구가하며 일본을 누르고 경제대국의 위치를 되찾았은 데서 입증된다. 그렇지만 사실 신경제란 저비용·고효율,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둔다」는 경제학의 대명제에 가장 잘 부합된다. 다시말해 「고비용·저효율」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가 바로 신경제다. 그렇다고 해서 수십년간 유지·발전해온 구경제의 강점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신경제의 허와 실을 주요 테마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고위험·고수익」이다. 리스크(위험)가 큰 반면 수익이 아주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경제는 주로 IT, 생명과학, 정밀기계 및 소재 등 첨단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서 관련산업에 미치는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만약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시장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해당 제품이나 기업은 구경제체제에서 강조돼온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가격을 공급자가 창출해내는 이른바 「가격결정력」을 부여받는다. 당연히 개발자는 엄청난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시스코시스템스나 아마존 같은 미국의 IT기업들이 수십년에 걸쳐 전통적인 기업들이 쌓아올린 부와 명예를 단기간에 확보한 것도 위험을 무릅쓰고 개발한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시장이 매우 좋게 평가함으로써 고수익을 창출해낸 신경제의 속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시장에서 이 기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결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동안 쌓아올린 정성과 노력은 한낱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것이 바로 신경제의 특징이자 맹점이다. 통상적으로 신경제의 중추 세력인 벤처산업의 성공률을 잘해야 10% 정도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출현시키고 있는 인터넷의 경우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반면 구경제는 기본적으로 「저위험·저수익(low risk, low return)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익은 적지만 위험이 덜하다. 그런 만큼 안정적인 경제행위가 가능하다. 결국 위험성이 잔존하는 신경제가 모든 경제주체들을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으며, 안정적인 구경제가 뒤를 받쳐주는 것이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시장선점 효과=신경제 체제 아래서는 기업의 시장선점 효과가 특히 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는 정보의 가치에 따라 수요자가 한 곳에 집중되는 정보화시대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비즈니스의 진행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남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시장에 먼저 진입한 업체는 시장의 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려 단기간내에 시장을 장악하는 속성이 있다. 가령 인터넷서비스 분야를 봐도 먼저 시장에 진입한 업체와 후발 업체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래서 신경제 체제 아래서는 누가 남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 개척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나 시장선점 효과가 커 후발업체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은 소비자 측면에서 본다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구경제 아래서는 여러 업체가 시장을 분할, 과점이 가능해 시장이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하지만 신경제 아래서는 시장을 선점한 업체에 소비자가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신경제 아래서 기업들은 또 시장선점을 위해 급행전략을 선호하고 이것이 결국 사업 추진의 무리수를 던질 수 있다. 자체 기술이 없을 경우는 벤처기업 등 타사의 기술을 사들이는 이른바 인수·개발(A&D:Acquisition & Development)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시스코의 경우 네트워크 장비 분야의 지속적인 장악을 위해 첨단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한 전문업체를 꾸준히 인수하고 있다.
◇지식·정보화=첨단 IT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신경제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지식·정보 등 무형의 자산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경제체제 아래서는 유형의 자산이 중시돼왔지만 신경제 아래서는 지식·정보·기술 등 무형이 자산이 중요하다. 신경제 적응을 위해 사내 지식경영연구소(IKM)를 신설하고 글로
벌 조직간 정보 및 전략 공유를 중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지구촌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리얼타임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 경제주체들의 지식이나 정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어떤 정보를 얼마나 빨리 받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정보화의 진전은 또 기업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정보화에 앞선 기업은 경쟁력이 높아져 시장선점이 가능하고 리스크를 그만큼 줄일 수 있는 반면 정보화에 뒤처지는 기업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정보를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지식·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빈부격차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정보화의 빈부격차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가 좋은 곳과 취약한 지역간의 불균형으로 도시와 농촌간의 정보화 진전이 문제다.
◇콘텐츠 파워=신경제의 산업지도에서는 네트워크상에서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콘텐츠를 쥐고 있는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구경제에서는 물질적 재화(commodity)가 가치의 원천이었다면 신경제에서는 가상공동체(community) 확보와 상품화된 콘텐츠 제공이 시장창출의 열쇠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순수 오프라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온라인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특히 고객이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콘텐츠나 실물을 보유한 기업은 브랜드 파워와 시장에서의 강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풍부한 콘텐츠와 확실한 물적 사업 기반을 갖춘 전통 기업이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콘텐츠를 가진 공급자의 파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본의 힘, 즉 현금흐름(cash flow)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는 신경제 아래서는 자본력이 막강한 집단인 대기업에 의해 콘텐츠가 입도선매될 경우 콘텐츠 파워가 오히려 콘텐츠 제공업체나 수요자가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콘텐츠산업이 취약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콘텐츠 파워가 커질 경우 콘텐츠 역수입 등의 새로운 문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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