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과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기술혁신을 통해 고속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신경제의 열기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상륙했다. 신경제는 단순히 무선휴대폰·컴퓨터·인터넷 등의 하드웨어적 보급만이 전부가 아니다.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 즉 안정된 금융시장과 기업 및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그리고 정부의 규제완화 등이 지원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유럽의 신경제가 미국에 비해 약 3∼4년정도 뒤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신경제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경제 번영에 「방만」한 자세를 보여왔던 유럽은 뒤늦게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종 정부 지원책을 발표하며 「미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신경제 열기는 지난 3월 24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이틀간 열린 「닷컴」(dot.com)회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오는 2010년까지 200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등 유럽을 세계최대 경제권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디지털 혁명안」을 도출했다.
정상들은 회담을 끝내면서 △내년말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접속 의무화 △2003
년까지 전자수단을 이용한 주요 공공서비스 시행 △ 2001년말까지 유럽 전역에서 저비용 초고속 인터넷접속망 사용 및 통신시장 전면 자유화 △내년말까지 전자상거래와 전자화폐 사용에 관한 법적 장치 마련 등 신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안에 합의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이들은 『EU는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러한 디지털(신) 경제가 연간 3% 이상의 지속적 경제성장률을 제공하는 한편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EU 정상들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에서 라이벌인 미국을 꺾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유럽은 올해 들어 신경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특히 99년 유럽단일화폐인 유로의 출범으로 금융시장과 기업경영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신경제의 열기가 더 힘을 받고 있다.
지난 4년간 정체 상태였던 유럽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99년에 1.9% 늘었고 실업률도 10%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EU의 성장률은 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신경제 열풍은 작년 유럽권 벤처자금 규모가 수백억달러로 급증한 사실이나 새 정보기술 개발에 유럽권 기업들이 2000억달러를 투입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투자증권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같은 투자 파생효과로 EU경제가 오는 2003년이 되면 경제성장률이 연간 0.5% 포인트 추가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신경제 파고는 유럽 지도를 바꿔놓고 있는데 아일랜드는 이미 지난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주변은 바이오테크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의 중심지가 되고 있으며 독일 뮌헨은 100억달러 규모의 벤처자금이 조성돼 미국과 영국의 신흥기업들을 손짓하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 툴루즈는 전자와 항공 관련 벤처기업의 기지로 변모하고 있으며 핀란드 헬싱키는 세계 최첨단 무선 인터넷뱅킹 시장으로 정착하고 있다. 시민의 80%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스웨덴 스톡홀름은 북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각광받고 있다.
신경제 함성에 발맞춰 독일·프랑스 등 각국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각종 정책을 준비중이다. 독일은 내년부터 법인세를 40%에서 25%로 내리고 프랑스는 세제 혜택으로 인해 기업들이 약 7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문가들은 유럽이 신경제로 지속적인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첨단기술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독일·영국 등이 IT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 비자 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2002년이 되면 서유럽의 숙련된 IT근로자 부족이 20%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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