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신경제>신경제속의 산업상-바이오산업

게놈프로젝트 발표 이후 생명공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타고 바이오란 단어가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이어 봇물처럼 유행하는 바이오혁명은 좀처럼 그 전모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인간복제와 유전자기술을 이용한 난치병치료 등 바이오산업의 미래와 관련해 화려한 전망이 난무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기·전자업계 관계자 입장에서는 아직 실감나지 않는 얘기로 들린다.

정보통신과 인터넷기술의 발전이 2∼3년새 한국사회에 몰고온 변화를 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없었듯이 현시점에서 바이오혁명의 파장을 가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생명공학산업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점은 분명하다.

신약개발은 물론 유전자 치료를 위한 핵심수단으로서 게놈연구가 완성될 경우 이에 따른 수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생명공학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할 몫은 그리 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가전·정보통신 등 한국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지닌 분야와 달리 생명공학은 기초투자와 전문인력풀에서부터 선진국과 비교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생명공학열풍을 타고 200여개의 바이오벤처가 우후준순으로 생겨났지만 이 중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어차피 게놈프로젝트와 관련한 생명공학시장을 우리가 주도할 입장은 못되더라도 차별화된 기술개발 전략을 세우면 틈새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복제인간을 찍어내는 수준에 근접한 선진국의 생명공학 인프라를 하루아침에 따라잡으려 하는 것보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전자산업과 연관있는 바이오센서·뉴럴칩 등 몇가지 생명공학분야에 우선 집중하는 것도 효율적인 바이오산업 육성방안으로 판단된다.

1)바이오센서

생물을 뜻하는 바이오와 센서를 결합한 신조어인 바이오센서는 생명공학과 관련, 한국기업이 도전할 만한 분야로 손꼽힌다.

바이오센서는 생체세포로 만들어진 고분자 단백질 분해효소나 글루코스 분해효소를 기반으로 전기·화학적 반응을 수치로 측정한다.

인체의 건강상태·질병유무를 전기적으로 감지하는 바이오센서기술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랜 개발기간을 요하는 생명공학 치료약시장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상용화도 용이한 편이다. 여타 생명공학 관련시장에 비해 가장 상용화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센서시장에 참여한 업체는 현재 5∼6개로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쉬운 생명공학 관련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본래 바이오센서기술의 근원은 당뇨병을 체크하는 혈당센서에서 유래한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 당뇨병환자들이 자신의 혈당수치를 수시로 체크하는 데 사용되는 혈당센서가 지난 60∼70년대부터 상용화, 꾸준히 발전돼 왔으며 최근에는 전기적인 방법으로 불과 몇분만에 혈당농도를 간단히 측정하는 휴대형 혈당계도 보급되고 있다. 혈당센서의 잠재시장은 대단히 크다. 국내인구의 약 2%, 일부지역에서는 30세 인구의 8% 정도가 당뇨환자로 추정되며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연간 300억원대의 혈당센서 관련제품이 수입되는 실정이다.

현재는 베링거만하임·애봇·바이엘 등 의료기업계 메이저회사들이 혈당센서 세계시장을 거의 독식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올메디쿠스(대표 강승주)가 휴대형 혈당계를 국산화하면서 관련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혈당센서 제조기술이 확립되면 결국 바이오센서의 원천기술이 확보되는 것이며 효소를 바꿔줌으로써 콜레스테롤·유당 등 수많은 응용센서 제조가 가능하다.

혈당센서에서 유래한 바이오센서는 최근들어 백혈병·에이즈·심장질환까지도 조기진단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으며 단 한방울의 혈액·타액으로도 신체 건강

상황을 한꺼번에 측정하는 기술이 머지않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분자량·특정가스측정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바이오센서도 활발히 연구되는 양상이다.

전문조사기관인 SRI에 따르면 오는 2003년까지 의료진단용 센서시장에서 바이오센서류가 90%를 차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바이오센서는 유기물질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극히 예민한 측정이 가능한

대신 장기보존이 곤란하고 원칙적으로 일회용인 까닭에 부가가치도 높은 편이다.

현재 바이오센서시장은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업계전문가들은 2000년대가 지나가기 전에 기존 공업용 센서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바이오재활기술>

사람은 누구나 오래오래 살기를 희망한다.

지난 19세기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40대에 불과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공학의 도움을 받아 머지않아 평균수명이 100살을 넘어설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각종 신체장기가 건강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살아

가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병원침대나 휠체어에서 무기력한 말년을 보내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되지 않고 끝까지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재활의학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뜻하지 않게 장애인이 된 사람들에게도 재활의학기술의 발전속도는 최대 관심사다. 이 재활의학과 생명공학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바이오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능을 상실한 팔과 다리·눈·귀를 인공적으로 회복시키는 신경보철(Neural Prothesis)분야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우리는 생명공학을 정보통신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산업분야로 꼽는다.

그러나 세상을 뒤흔들며 거대한 실체를 드러낸 인터넷물결과 달리 바이오혁명은 아직 어렴풋한 미래가능성으로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세계경제를 놓고 전자상거래의 파급효과를 논하는 지식인들도 바이오산업으로 주제가 바뀌면 「생명공학기술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식견이 고작인 사례가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정보통신혁명이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의 정보인식체계를 무한대로 넓혔다면, 생명체, 특히 인간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바이오혁명의 파급효과는 훨씬 근본적이다.

웬만한 질병은 유전자주사 한방으로 예방되며 정상적인 신체수명보다 훨씬 오래 장수하는 삶.

교통사고로 신체기능을 상실해도 신경보철수술로 다시 걸어다니고 늙어 죽을 때까지 노동력을 유지하는 세상.

그저 건강하게 오래 살고픈 인간의 원초적인 소망이 일상생활에서 간단히 현실화될 때 우리사회가 받게 될 정치·경제·문화적 충격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바이오혁명이 점차 실체를 드러낼 향후 10년간 한국의 경제환경·개인생활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새로운 잠재시장과 사업기회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