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제조업의 위상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확산으로 산업혁명 이후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해온 전통제조업의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고 정보기술(IT) 업체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은 영원하다」는 문구처럼 인터넷 및 e비즈니스 사회에서도 전통제조업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해도 오프라인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가상현실은 그야말로 사막의 신기루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은 전통제조업의 위상과 역할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뿐 아니라 제조업체들의 생존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구조가 디지털 및 인터넷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경제법칙과 경영상식이 무너지고 있고 이로 인해 전통기업이 기존 전략을 고수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 상품을 구입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과거 전통기업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규모의 경제」가 점차 소멸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전통 제조업체들은 단순히 대량 생산체체 구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던 종전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스피드와 서비스·상품간 통합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을 통해 수익원천을 확보해 나가게 된 것이다.
이같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델 컴퓨터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기존 「규모의 경제」(대량 제품 생산체제) 부분을 전부 하청으로 해결하고 서비스영역에 위치해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디지털 및 인터넷 시대에 제조업이 탄력적으로 대응해 산업혁명 이후 지켜온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디지털 전환전략을 마련,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디지털 전환전략의 핵심으로는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와 신규 인터넷 사업의 진출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우선 제품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정보재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의 경우(문자·소리·동영상) 등은 100%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아날로그 제품에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TV의 등장과 홈서버의 기능을 겸비한 냉장고 출현은 아날로그 제품의 디지털화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외 전통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전환전략의 일환으로 제품의 디지털 네트워크화에 열중하고 있는데 미국의 포드는 인터넷과 연결되는 자동차를 개발, 월 25달러 정도의 접속료를 받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스위스의 스와치는 인터넷에 접속가능한 손목시계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 건설업체들도 사이버 아파트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제품의 디지털화와 함께 인터넷의 활용 또한 중요하다.
제품판매의 인터넷화(B2C)와 구매의 인터넷화(B2B)는 이제 전통 제조업체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인터넷 활용이 심화되면 웹상에서 기존 제품만이 아니라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져 부가가치의 창출이 하드웨어 생산에서 통합서비스쪽으로 이동하게된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 제조업체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낳게된다.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조직경영의 디지털화. 우선 부가가치가 낮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망을 서서히 축소하고 기존 네트워크의 핵심역량과 지식을 강화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 「규모의 경제」의 이점이 사라짐에 따라 대규모 생산조직을 아웃소싱하고 생산을 네트워크화해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가상조직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신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회사가 갖고 있는 기존 핵심역량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 네트워크, 콘텐츠, 기술 등 오프라인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인터넷 사업을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전통 제조업이 이처럼 기존 사업의 디지털화와 신규 인터넷 사업 진출 등을 통해 신경제 조류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지키고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춰야만 한다.
우선 CEO의 강력한 변신의지가 뒷받침해야 한다. 전통기업의 디지털화는 CEO가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대응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97년 자사 네트워크의 디지털화를 추진한
데 이어 99년에는 기업재조직 등 글로벌 e비즈니스를 강도 높게 추진해 기업의 디지털화에 성공한 일본 NTT의 CEO 준이치로 미야주와 e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개 핵심산업을 일제히 디지털로 전환하고 자사의 글로벌네트워크를 활용해 GE를 1년만에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의 강자로 부상시킨 잭 웰치를 통해 우
리는 CEO의 변신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할 수 있다.
전통기업이 디지털화를 추진함에 있어 갖춰야 할 또 다른 요소로는 기존의 강점 가운데 디지털 시대에도 통용이 가능한 핵심역량을 발굴해 온라인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일반 제조업체와 같은 단순문제 해결형 기업과는 한차원 다르게 고객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고객지향형 사고방식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영시스템의 웹화와 디지털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구축되었을 때 전통 제조업체의 디지털화 및 신규 인터넷 사업이 무리없이 추진될 수 있다.
한편 전통기업이 디지털화를 추진함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몇 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뚜렷한 지향점 없이 대세에 추종하는 방식의 디지털화는 기업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기존 역량을 잠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확한 목표설정과 함께 전통기업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디지털화는 기업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경쟁력과 경영능력이 뒷받침될 때만 돈을 벌 수 있는 프로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통기업의 디지털화는 다른 경영기법의 도입과 달리 일과성 변화가 아닌 근본적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란 점을 감안,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 등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경제조류는 전통제조업의 위상 및 역할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전통제조업이 새로운 시대흐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전략을 마련,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조류속에서 전통 제조업체의 디지털 전환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무리 IT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하더라도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유기적 통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제조업과 IT산업의 구분 자체를 점차 무의미하게 만들어 제조업의 성장이 e비즈니스 산업발전으로 이어지고 e비즈니스 산업환경 성숙이 제조업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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