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는 인터넷·게임·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을 문화적인 관점보다는 정치·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함으로써 디지털문화라는 새로운 규범과 문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양방향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수평적 관계가 강조되는 디지털문화는 정치·경제·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준다.
시민 주권시대를 화려하게 연 16대 총선의 태풍의 눈도 들여다보면 디지털문화가 기초한 것이다. 벤처기업의 무궁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신경제」의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익명성과 거리의 소멸은 생활양식에 큰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의 문제점도 적잖게 노정되고 있다. 특히 개인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문제와 정보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는 아직도 논의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사회가 처음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문화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디지털문화를 정계·학계·관계·시민단체의 대표와 함께 조명해봤다. 편집자
사회:조형제(43-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참석자:백욱인(43-서울산업대 인문학과 교수)
남경필(35-한나라당 국회의원, 국회 문화관광위 위원)
박순태(40-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 게임음반 과장)
이강민(36-배틀탑 사장)
이원주(36-도레미 미디어 이사)
김종남(35-YMCA 열린정보센터 사무국장)
구동규(19-외국어대학교 신방과 2000학번 학생)
진행:김병억 문화산업부 차장
정지연 문화산업부 기자
정리:강재윤 문화산업부 기자
△사회=오늘 좌담회는 참석자의 구성이나 주제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회전반에 부는 디지털 열풍에 대해 산업이나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자주 있었으나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산업 전문지로 지명도가 높은 전자신문에서 문화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도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먼저 백 교수님께서 오늘 토론에 대해 간단한 주제발표를 해주시죠.
△백욱인=오늘 토론에 앞서 「왜 디지털문화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싶습니다. 최근 인터넷과 디지털의 부각이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기업)의 경우 코스닥을 통해 충분히 확인됐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을 통해 그 영향력이 입증됐습니다.
디지털문화는 의식과 행동규범 등을 모두 포괄할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인 측면까지도 수용합니다. 디지털에 기반한 정치나 경제를 위한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문화입니다. 즉 디지털문화라는 토대 위에서 디지털 정치나 디지털 경제가 형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디지털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왜 필요한지를 백 교수님께서 정리해주셨습니다. 이제 디지털문화의 명암, 현재와 미래의 디지털문화라는 주제를 놓고 각 참석자께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국회 문화관광위의 위원이신 남경필 의원께서 디지털문화와 정치의 관계, 정책적인 지원책 등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남경필=국회 문광위와 각종 소모임 등을 통해 디지털문화를 비롯한 디지털정치·경제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현재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은 기업이나 소비자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태입니다.
우선 멀티미디어·양방향성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문화는 다양한 형태의 고품질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거대자본의 매체지배라는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공공성은 점차 축소되고 상업성이 확대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문화의 육성과 규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규제를 강화할 경우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육성에만 치중할 경우 익명성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현상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우리문화의 전통적인 가치나 관습·권위 등은 디지털문화에 반(反)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박순태=규제와 육성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최근 디지털문화와 관련된 최대 이
슈는 지적재산권 문제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산업을 억제하는 것이 되고 완화할 경우 국가간 조약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문화에 있어서 규제와 완화의 문제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주=최근 지적재산권 문제가 이슈가 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음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디지털음악이 발전되지 못하는 것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산업화를 위한 토양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디지털음악 시장의 경우 음반시장에서 상업성을 인정받은 메이저 가수들은 포함돼지 않고 대부분 신인가수들이 자기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반사들에게 상업성이 인정되는 가수들의 음악을 무료로 공개하라는 요구는 실현 불가능한 것입니다.
△사회=디지털문화의 대두로 다양한 문화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규제와 완화라는 문제가 이슈이기는 합니다만 우선 디지털문화에 대한 소비자 입장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동규=인터넷PC방이 종종 게임방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본래의 활용목적에
서는 벗어난 것이지만 국내 인터넷 인구의 증가와 PC활용 확대에는 게임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특히 디지털문화시대에 대학이나 청소년층의 놀이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인터넷PC방의 활용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인터넷PC방을 통해 게임과 인터넷, MP3 음악 등을 즐기고 있으며 지적재산권이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상당수가 외산제품으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는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또 MP3 파일을 활용한다고 해서 음반사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경필=최근 개인적으로 컴퓨터 게임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백해무익한 것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게임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구동규=초등학교때부터 게임을 즐겼는데 스트레스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순태=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게임과 학습능력이 정비례한다고 합니다. 또 컴퓨터 게임의 활성화로 폭력·약물·폭주족과 같은 청소년 문제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지원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디지털문화의 행태가 제작보다는 소비에만 치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누군가가 공개해놓은 디지털문화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자신도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단순한 디지털문화 소비자에서 진정한 디지털문화 사용자로 역할할 수 있습니다.
△이강민=최근 게임은 프로게이머가 출현하는 등 산업화되고 있으며 지역이나 연령의 제한 없는 사이버스포츠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의 참여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가활용수단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게임에 부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70% 정도가 순기능을 갖고 30% 정도의 비중이 역기능일 때 30%의 역기능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게임활용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문화에 대한 규제문제가 자주 거론되는데 기존 아날로그문화에서는 규제가 가능했지만 디지털문화에서 규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20년 전에는 팝송·학생운동·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하나의 문화현상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또 20년 후의 문화현상이 어떨지 알 수 없습니다. 현재 부정적인 것이 미래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잣대만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닐까요.
△사회=디지털문화와 관련된 업체들이 상업성에만 치우칠 경우 이를 규제할 내부적인 장치가 있습니까.
△이강민=시장논리만으로는 통제키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수익에만 치중할 경우 그 사업이나 문화현상이 영속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상업성에 치우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김종남=국내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며 유행하는 게임도 국내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게임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한 예로 학교폭력의 경우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가 여과없이 흘러들어왔는데 일본만화의 상당수가 학교폭력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만화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자라나 학교폭력을 행사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디지털문화에 대비해 오면서 문화적인 접근보다는 지나치게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왔다고 봅니다. 현재 상업성에만 치우친 디지털 문화가 향후 어떤 현상이나 병폐를 일으킬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미 ID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짐에 따라 인간성의 상실, 겉모습만 화려하고 콘텐츠가 없는 웹사이트, 기술적인 안전성의 취약함, 정보격차에 따른 불균
형 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 유럽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음란물 접촉에 대한 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순히 청소년이 음란물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자세며 기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문화의 홍수 속에서 이를 차단하거나 규제하려는 것보다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백욱인=게임이 인터넷 확산과 PC활용증대에 일조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계속 게임에만 머물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 경우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이를 활용하고 어떻게 가치를 재생산할 것인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되지만 여기에 문화라는 개념이 포함되
면 문제는 사회·정치 전반으로 확대됩니다.
또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등급제가 추진되고 있는데 디지털문화는 기본적으로 규제하거나 통제키 어렵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고 대응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키우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디지털문화 콘텐츠에 대해 건전·불건전의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과연 누구인지 알 수 없고, 규제라는 미명하에 청소년의 알 권리를 규제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순태= 정치적·사회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것은 대부분 선진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의 문화적 민주주의는 선진국에서도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수준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디지털문화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특히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아날로그문화에 대한 규제와는 다른 차원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규제를 통해 이를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규제가 가능토록 사회적인 마인드를 확산하겠다는 의미가 큽니다. 또 디지털문화 콘텐츠에 대한 등급제의 경우 획일적인 규제라기보다는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김종남=MP3 음악의 확산에도 음반구매자는 계속 존재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MP3 음악을 통해 알게 된 가수의 음반을 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주원=디지털음악과 관련된 문제는 디지털문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쌓여왔던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MP3 음악이 나타나기 전에도 음반의 불법복제 문제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디지털문화를 공유하는 것도 좋지만 창작자에 대한 보상문제를 검토해야 합니다.
70년대까지 대중음악의 중심은 팝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요가 중심에 있
으며 이는 80년대들어 국내 음반사들의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작자를 보호하고 창작의욕을 확대할 수 있어야만 산업적 육성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회=디지털문화의 정보공유 문제가 나왔는데 시민단체의 입장은 어떤지 말씀해주시지요.
△김종남=동양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지식의 공유가 미덕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의 논리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YMCA의 경우 정보공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주원=디지털문화 콘텐츠의 공유를 통해 개인이 향유하는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이를 창작하는 데 투자된 개인의 노력을 보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정보화의 산물을 골고루 나눌 수 있다면 매우 긍정적이겠지요. 디지털문화의 중요 요소인 게임이 외산제품에만 의존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봅니다.
△이강민=음악의 경우 팝송에서 가요로 중심이 이동했으며 영화의 경우도 우리영화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초기에는 외산제품이 시장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산업화가 이뤄지면 달라지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3∼5년 안에 세계적인 게임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창작자에 대한 권리가 보호돼야 생산국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소비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동규=지금까지 복제된 소프트웨어로 게임을 즐겨왔고 음악도 대부분 MP3 파일을 다운로드해 사용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젊은층이 게임을 즐기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정보공유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강민=불법복제가 초기에는 시장확대에 기여하며 후속버전에 대한 구매 가능성을 보다 확대해주기 때문에 정보공유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비유되곤 합니다.
△박순태=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개인적인 복제는 허용하고 상업적인 복제만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대가지불이 부담스러운 학생층이나 교육적인 용도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며 디지털문화산업에는 독점보다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법복제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종남=불법복제문제에 민감한 경우 사용자를 일시에 범죄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작사들의 철저한 사전대응이 필요하며 디지털문화가 상업성에만 치우치는 것이 우려됩니다.
△사회=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 차이가 있음에도 오늘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치열한 논의가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디지털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자리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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