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2-디지털문화 대혁명>나는 n세대-@들이 세상을 바꾼다

신세대 전사 서태지가 돌아왔다.

90년대 초반 혜성같이 등장해 국내에 서태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 한 때 「신세대」 「X세대」 「신인류」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던 바로 그 서태지가 복귀했다.

「난 알아요」가 시작된 이후 힙합 바지를 입거나 암호같은 랩을 알아들어야만 신세대 취급을 받았다. 「서태지」라는 예명을 「소돼지」로 알아들었던 기성세대에게 서태지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서태지가 나오면서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신세대라는 이름을 가졌다. 신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분석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광고기획사와 대학교수 등 전문가 집단은 신세대를 기성세대와 생각과 행동이 다른 젊은 집단으로 불렀다.

신세대는 그동안 사회주역으로 부각되던 30대와 40대를 후미진 뒷골목으로 물러나게 했다. 새로운 시대사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나이든 집단으로 내몰았다.

신세대는 참신했지만 구세대는 낡은 것으로 치부됐다. 신세대는 도전적이고 자유분방했지만 구세대는 부끄럽고 폐쇄적인 집단을 의미했다. 새롭다는 의미 앞에 구세대는 낡은 구닥다리에 불과했다.

구세대가 보기에 신세대는 머리에 염색을 하고 귀나 코에 구멍을 낸 이방인 집단이었다. 구세대는 이상한 신세대의 물결에 밀려 퇴물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시기, 오죽하면 신세대도 아니고 구세대도 아닌 중간세대를 지칭하기 위해 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왔을까.

신세대는 무서운 집단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자신의 영역으로 장악하고 모든 문화상품에서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뽕짝」과 「통기타」로 대변되던 30대 이상의 사회 주도층들은 TV에서 소외됐다. 신세대는 구세대인 부모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상품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구세대가 적금통장에 한두푼씩 모아넣을 때 이들은 폭발적인 힘으로 자본주의시장을 흔들었다. 자본주의 사회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라면 이들은 분명 시대의 주역이었다.

바로 서태지가 만든 하나의 문화현상이었다.

◇골뱅이 세대의 등장

서태지 이후 등장한 문화세대는 골뱅이 세대로 지칭되는 N세대.

신세대와 X세대가 또래집단의 성격이 강했다면 N세대는 네트워크로 묶인 광범위한 집단을 의미한다. 이들 N세대를 연결하는 고리는 바로 통신. 인터넷 확산과 이동전화서비스의 발달이 가져다준 새로운 현상을 N세대는 자신만의 문화로 훌륭히 소화해냈다.

가장 대표적인 문화는 골뱅이(@) 문화.

영어의 전치사 「at」에서 유래한 「@」는 N세대를 지칭하는 상징언어가 됐다. 골뱅이는 컴퓨터통신업체에서 시작돼 이동통신업체와 인터넷업체로 확산됐다. 급기야는 음료 제조업체까지 골뱅이 예찬론자가 돼버렸다. 풍선껌에도, 벤처기업 간판에도, 음료수 통에도 골뱅이가 붙었다. 골뱅이는 매콤한 맥주 안주에서 첨단 정보통신 문화의 대변인으로 신분상승했다.

골뱅이는 인터넷과 이동전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달에 400번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10여차레 메일을 확인하고 아바타를 자기 방에서 키우는 N세대. 이동전화 액정화면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 6, 9」 게

임을 하는 코믹 캐릭터로 장식하는 N세대.

이들의 골뱅이 사랑 덕분에 국내 초고속인터넷사업자와 이동전화사업자는 유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N세대가 등장하면서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220만명을 넘어섰다. 전세계 유례가 없는 초고속인터넷 붐이 백두대간에서 일었다. 이동전화 가입자도 2600만명을 넘었다. 모든 국민들이 네트워크로 묶인 세상이 열렸다.

◇N세대-문화적 파괴력

N세대가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연령과 성별의 파괴였다. 네트워크 속에서 어린아이는 어른처럼, 어른은 아이처럼 행동했다.

이름 때문에, 얼굴 때문에, 신분 때문에 하지 못했던 행동도 인터넷 속에서 거침

없이 드러냈다.

인터넷 속에서는 평등했다. 나이, 이름, 성별, 인물의 잘남과 못남, 학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평등의 세계였다.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은밀함, 그 은밀함이 N세대가 활동할 수 있는 무기였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았다. 전화번호 대신 e메일 주소를 교환하며 e메일 주소가 없는 사람은 원시인 취급을 받았다. 엄청난 자료가 순식간에 전송되

고 전세계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생활권」으로 묶였다.

공부를 한다며 도서관을 가던 시대가 끝났다. 도서관보다 자료가 많은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 얼마나 책상에 앉아있었느냐보다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찾느냐가 중요했다.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공간이라도 접속할 수 있는 것처럼 N세대는 네트워크의 속성처럼 개방적으로 변했다. 가상공간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곳에 자신의 대용물인 아바타를 살게 했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시뮬라크르」의 세상이 온 것이다.

연령파괴는 심각했다. 「누나같은 애인」 「동생같은 애인」을 비롯해 「원조교제」라는 사회악도 나왔다.

N세대들은 자신만의 아이디, 자신만 아는 기호로 네트워크 문화를 만들어냈다. 신세대 문화가 개성을 중시한 문화였다면 N세대의 문화는 빠른 네트워크를 통한 전염성이 강한 문화였다.

문자와 기호를 조합해 만든 이모티콘이 등장했고 이동전화단말기 액정화면에 맞는 이행시, 삼행시가 나왔다.

상대방의 이동전화단말기에 「통화권 이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동전화가 안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문자메시지도 나왔다. 또 친구에게 「너는 오십원도 없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친구의 이동전화기를 빌려쓰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썰렁한 유머도 유행했다.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게임 문화도 N세대가 만든 사회현상이었다. 장래 희망으로 백댄서, 프로게이머, 도메인네임 전문 사냥꾼 등 N세대의 사고방식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직업들도 속속 생겨났다.

N세대가 등장하면서 여성은 남성화, 남성은 여성화가 진행됐다. 익명 앞에 여성

과 남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보를 교환하는가가 문제였다.

인터넷 영상채팅, PC방, 게임 전문 사이트 라는 전대미문의 업종도 생겨났다.

N세대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것은 역시 학교 동창을 찾는 「아이러브스쿨」의 가입자 폭주다. 불과 수개월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뛰어넘은 이 사이트는 N세대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N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는 초중고 동창생들을 만난다.

나이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도 N세대를 자처하며 이 사이트를 찾았다. 강남역 근처에서 ○○○동창회, ○학년 ○반 반창회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N세대의 문화전파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주는 예다.

◇우리는 M세대로 간다

이제 N세대는 모바일(M)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모바일 네트워

크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통해 고속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지

면서 M세대는 조만간 사회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M세대는 이동전화사업자가 전송속도 144Kbps급 IS95C 서비스를 시작하는 다음달 정도에 등장한다. TV 수신이 가능한 이동전화단말기도 몇개월 뒤 나온다.

이때 쯤이면 이동전화단말기를 컴퓨터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른다. 데이터 전송수단으로, 멀티미디어 도구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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