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M&A 유형과 흐름

미국의 군수업체인 텍스트론은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EC) 업체인 「세이프가드 사이언티픽」의 주식 2%를 인수하는 데 1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의 제휴는 온·오프라인기업들의 「짝짓기 열풍」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가치가 110억달러에 달하는 전통적 제조업체인 텍스트론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신생 인터넷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EC분야에서 최근 쏟아지고 있는 신기술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 회사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는 텍스트론 대표의 한마디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진영간의 기업통합 유형은 국내외를 망라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올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을 통한 거대 미디어그룹의 탄생이나 시큐어소프트와 에스오케이처럼 같은 보안업종이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두 기업이 제휴하는 것이 좋은 예다.

또 온·오프라인간 대형 연합군의 형성으로 한컴 주도의 117개 기업이 뭉친 「예카」 출범과 이밖에 △정보기술(IT)과 물류·유통이라는 특정업종간의 만남 △오프라인기업이 전혀 무관한 온라인으로 사업확장 △온라인기업과 제휴를 통한 통합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것 △IT기업간 전략제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거대 복합미디어 그룹 탄생

최근 몇년간 진행된 거대 통신사업자들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진출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장거리전화사업자인 AT&T는 지난 98년 거대 케이블TV사업자인 TCI를 합병했으며 작년 5월에는 미국내 제4위의 케이블TV사업자인 미디어원을 인수했다.

AT&T는 케이블 운영사업자(SO)를 동시에 휘하에 거느리게 됐으며, 이들 복수케이블TV사업자(MSO)의 케이블TV망을 이용해 케이블 가입자들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홈(지난해 인터넷 검색업체인 엑사이트를 합병했음)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합병전략을 통해 지역전화사업자(RBOC)와 MSO들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통신서비스,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등의 시장에 「무혈입성」한 것이다.

이같은 AT&T의 공세는 미국 최대 ISP인 AOL과 케이블 MSO인 타임워너 측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AOL이 타임워너와 합병한 것은 바로 케이블TV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 「합병승인불가」라는 입장을 밝혀, 통합을 위해 넘어야할 장벽이 만만치 않지만 이 사례는 온오프라인간 기업 결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복합미디어그룹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 천 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AOL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제국에서 종전에 신문이나 방송 등 전통적인 의미의 대중매체가 담당했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CNN·HHO·워너브러더스·워너뮤직 등 방송 및 영상 콘텐츠업체를 망라한 거대 미디어사업자인 타임워너와 합병,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동종업종에서 협력

보안솔루션 전문업체인 시큐어소프트(대표 김홍선)가 무인경비 전문업체인 에스오케이(구 범아종합경비)와 통합보안서비스 시장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은 「온·오프라인 동종업종에서 협력」의 한 예다.

두 기업은 이번 전략제휴에 따라 에스오케이는 외곽관리·단지관리·출동관리 등 오프라인에서의 무인경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시큐어소프트는 인터넷보안솔루션 등 온라인에서의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큐어소프트는 또 자사의 온라인서비스와 에스오케이의 오프라인서비스를 합쳐 통합보안서비스를 제공, 사이버아파트 보안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대형 연합이나 조인트벤처기업의 탄생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한글과컴퓨터·게임네트·네띠앙·드림라인·메디슨·무한기술투자·LG캐피탈 등 국내 기업 117개사가 제휴해 만든 인터넷 연합체 「예카(http://www.yeca.com)」는 참여사 회원들이 한개의 ID와 패스워드만으로 회원사 사이트에 접속하는 「싱글사인온」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업체의 회원들이 편리하게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세우고 있다. 예카는 결제·지불·물류 등 인터넷 서비스 백엔드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회원사에 제공, 회원 참여사들간 각종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마케팅을 통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온라인을 통해 세금과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정부발표에 맞춰 농협·신한은행·주택은행과 미래산업·소프트포럼·조이닷컴 등 6개 기업이 전자지불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에 나선 것도 이에 속한다.

통합비즈니스 모델로 온·오프라인 결합

특정 업종에서 시장확대와 매출 극대화를 위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기업통합의 예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로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음반사들의 움직임이다.

도레미레코드(대표 박남성)는 나눔기술(대표 장영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온라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눔기술은 도레미의 보유 음원과 음반 기획 및 제작능력, CD 프레싱 공장 및 물류망 등을 활용하기로 하는 한편 현재 운영중인 음악사이트 「렛츠뮤직(http://www.letsmusic.com)」을 음악관련 전자상거래 쇼핑몰 및 온라인 미디어로 개편을 추진중이다.

대영AV(대표 유재학)는 지분을 투자한 미디어랩(대표 최영재)을 통해 인터넷 음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프라인 음반매장 「튜브」에 이어 인터넷 음반 쇼핑몰 「튜브뮤직(http://www.tubemusic.co)」을 통해 매월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음반을 유통시키고 있다.

이밖에 서울음반(대표 이의종)이나 웅진미디어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음반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IT와 물류·유통의 만남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오프라인에서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세계 최대 서적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반즈앤드노블이 온라인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인터넷 회사들과 공동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제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와 미국 2위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서킷시티가 각각 AOL과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 위해 제휴했다. 또 세계 최대 유통체인 회사인 월마트·토이스러스·케이비키즈 등 미국의 전통적인 소매·유통업체들도 지난해 초부터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인터넷 전문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진이 새마을금고와 사이버택배 사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거나, 삼성몰 제일제당의 CJ39쇼핑 등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택배사를 인수하거나 직접 신설하는 것은 이미 대세다. 나아가 LG·현대종합상사·금호 등 오프라인 그룹사들은 「사이버 물류」 시장을 겨냥, e비즈니스에 필요한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직접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 흐름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확장

오프라인의 문구전문 기업인 바른손(대표 임호석)이 디지털 비즈니스 네트워크 기업으로 기업결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기업이 전혀 무관한 온라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좋은 예다.

바른손은 중앙정보기술에 이어 최근 eCRM 분야의 유비즈시스템을 인수했다. 앞으로 유비즈시스템은 바른손의 테크놀로지 파트너 중 하나로 바른손과 자회사의 IT 인프라 작업을 담당할 예정이며, 바른손의 EC 사업에 필요한 분석적인 고객관리 및 영업자동화 기반을 담당하게 된다.

바른손은 이에 앞서 테크놀로지 분야의 자회사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기업인 「아웃블레이즈」와 지식기반 시스템 전문회사인 「중앙정보기술」을 인수했다. 이밖에도 미디어 분야의 자회사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i스크림」이 있으며, EC 분야로는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와와(http://waawaa.com)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엔 야후!코리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옥시(대표 신현우 http://www.oxy.co.kr)가 시스템통합(SI) 기업인 동양시스템즈(대표 황태인 http://www.tysystems.com)와 e비즈니스 관련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사례도 있다.

이번 제휴로 두 기업은 e비즈니스 관련 노하우, 마케팅 및 애플리케이션 노하우 등을 공유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의 각종 인터넷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옥시는 자체 홈페이지를 여성 대상의 포털사이트로 최근 개편, 골프전문 사이트인 골프원(http://www.golf1.co.kr)과 인터넷 카드 사이트인 센드투유(http://www.send2u.co.kr)도 개설하는 등 인터넷 기업으로의 대변신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텐트 회사로 잘 알려진 진웅이 최근 지누스로 사명을 바꾸고 웹투폰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인수하는 등 온라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는 것도 한 예다.

IT기업간 전략 제휴

인터넷 사업에 대한 IT 업체들의 관심도 분명한 변화다. 세계 IT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MS·인텔·오라클 3사는 인터넷 회사와 공동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함께 아예 인터넷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MS는 미국의 유명한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라디오색과 인터넷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이 회사 웹사이트인 「라디오색닷컴」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미국의 고속인터넷 및 통신 업체인 텔리전트와 퀘스트·넥스텔·AT&T·로드러너·NTL, 한국의 두루넷·한국통신엠닷컴, 대만의 기가미디어 등 국적을 불문하고 대규모 자본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MS가 지난 1년 동안 전세계 인터넷 관련회사에 쏟아부은 투자금액은 1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라클도 지난해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로 유명한 에이전시닷컴과 iXL·새피언트·US인터액티브·바이언트 등 20개 인터넷 업체들과 각각 자본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인텔도 지난 1년 동안 전자상거래 관련 반도체 및 인터넷 회사를 인수합병(M &A)하는 데 약 60억달러를 투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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