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IT산업은 상대적으로 타산업에 비해 남한과 북한간에 협력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7·4공동성명,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거치면서 수십 년간 대화와 대결을 반복해 온 남북간 이질감을 허물고 평화통일로 가는 민족 대화합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IT산업이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평화문제와 경제협력문제이다. 특히 남북한의 공통 관심사인 경제협력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 등 IT산업은 그 성격상 일방적인 지원형식이 아닌 긴밀한 상호협력이 전제돼야만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평화문제의 경우 남북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거론 정도의 수준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주한미군문제는 한미간의 문제로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IT산업협력문제는 다르다.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난 8월에 남북한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성사된 이래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협력분야인 것이다. 물론 IT대북 경제협력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방식과 분야·제도 및 규모는 북측과의 의견조율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은 수학·물리학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인프라가 되는 기초과학이 발달해 있고 우수한 IT관련 기술인력이 유휴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남측의 기술과 북측의 인력결합은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비교적 우수한 많은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김일성 종합대학과 김책공대 등 북한 유수의 기술대학 출신들이며 전기전자 사업분야에 종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북한의 컴퓨터 산업이 가장 낙후된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기초과학이 상대적으로 발전돼 있다는 것은 IT산업에서 북한이 특화기술이나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IT는 남북한이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협력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평양프로그램개발센터가 60여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은별컴퓨터센터의 바둑게임프로그램인 「은별」은 일본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터넷을 즐겨 사용하고 있고 IT에 대한 관심이 높아 소프트웨어·게임 등은 대북 경제협력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또 IT관련 생산인력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에서 20세 미만의 여성근로자들로 구성돼 그 작업능력이 우수하고 기술지도를 빠른 기간내에 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IT협력의 인프라가 부실하지 않다.
그러나 IT의 남북경협은 우선 간단한 소프트웨어 개발 등 중소 규모에서 출발해 환경과 제도의 개선과 발맞춰 단계적으로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적 물량공세를 근간으로 하는 일괄타결식 대북 접근법은 내실 있고 현실성 있는 점진적 접근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나친 협력 지원은 잘못하다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T산업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언어와 기호의 통일 및 표준화가 이뤄지면 인적인 교류가 없어도 네트워크상으로 협력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서로 틀린 컴퓨터 자판배열 등 남북간의 비표준화는 활발한 IT협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남북간의 IT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산업수준과 인력현황 등 보다 정확한 정보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남북한 정보인프라 구축차원에서 북한의 유선통신망 구축과 무선통신 시스템구축 등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사업에 참여하고 중장기적으로 첨단통신장비 생산설비와 기술의 대북이전을 이뤄야 할 것이다.
IT산업과 관련해 남한의 첨단기술과 북한의 기초과학기술이 상호 협력함으로써 남북한은 동북아 경제권에서 한반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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