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이 하반기 정보기술(IT)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통신장비·반도체·시스템 등 IT 전 분야에서 M&A가 급류를 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과 생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M&A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분야별 IT업계의 M&A 현황을 점검한다. 편집자
<통신서비스>
통신서비스업계는 지금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 사업자선정을 앞두고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은 경쟁사인 신세기통신을 전격 인수하며 IMT2000 사업자 선점경쟁에서 한국통신과 함께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한국통신도 지난 7월 한솔엠닷컴의 지분 47.85%를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며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LG그룹도 지난해 12월 데이콤을 그룹 계열사로 정식 편입하고 하나로통신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등 기회만 닿는다면 M&A에 적극 뛰어들 분위기다.
현재 통신서비스업계의 최대 관심은 파워콤 인수전이다. 지난 7월 실시된 1차 지분매각에서 SK그룹과 포항제철이 각각 5%의 지분을 확보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이달에 매각지분(30%) 전량을 하나의 법인에게 허용하는 2차 지분매각이 남아 있어 파워콤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처럼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파워콤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광통신망 등 통신망을 일거에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선망이 취약한 SK텔레콤이나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최하위의 이미지를 벗으려는 LG그룹이 파워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하나로통신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한솔엠닷컴 인수에서 한발 물러났던 LG그룹이 보유지분을 확대하며 가장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며 유선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SK텔레콤도 인수대상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현대그룹도 대북 통신사업과 통신시장 진출을 위해 하나로통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MT2000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2년에도 통신서비스업계의 대대적인 M&A 열풍이 예고된다.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가입자가 급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존 2세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생존의 방편으로 M&A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통신장비업계는 M&A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M&A가 업체간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사업을 다각화시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원텔레콤은 지난 7월 채권단이 보유한 맥슨전자 채권 4872억원 중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전환되는 1400억원 가량의 맥슨전자 주식 2800만주를 600억원에 인수, 맥슨전자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세원텔레콤은 맥슨전자 인수로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능력을 연간 800만대로 늘리고 단숨에 국내 2위권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기술면에서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단말기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세원텔레콤이 GSM 전문업체인 맥슨전자를 인수함에 따라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원텔레콤은 이외에도 기가텔레콤 등 관련업체 16개사에 자금을 출자하고 지분을 확보,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팬택·텔슨전자·와이드텔레콤 등 여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사업다각화와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할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네트워크장비 제조업체들의 M&A도 줄을 잇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인터넷 확산으로 급속히 팽창하는 네트워크장비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을 인수하고 나선 것이다.
웰링크는 지난 5월 멀티디지털가입자회선(xDSL) 전문업체인 보성하이넷을 인수, 사실상 국내 네트워크장비 업체간의 M&A를 촉발시켰다. 웰링크는 보성하이넷 인수로 xDSL 및 비동기전송모드(ATM)분야의 광전송장치 및 전송단말기 분야의 기술력과 우수 인력을 동시에 확보, 초고속 인터넷 접속장비 토털솔루션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등록 업체인 라이텍도 65억원을 들여 네트워크장비 업체인 비봉전자통신을 자산부채인수방식으로 합병했다. 라이텍은 지난해 램프업체에서 정보통신장비 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한 후 그동안 연구개발해오던 라우터 등 네트워크장비 시제품 개발이 임박하자 효과적인 생산라인과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해 비봉전자통신을 합병한 것이다. 라이텍은 이번 합병으로 비봉전자통신이 확보하고 있는 국내 영업망과 라이텍의 해외법인들을 연결해 국내외 시장에서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다.
이밖에 50여개가 넘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업체가 하반기에 10여개 업체로 대거 M&A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업계의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인터넷업계는 올 하반기 최대의 M&A시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형 포털업체들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업체들을 M&A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수익모델 부재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업체들은 자금이 넉넉한 업체들에 M&A되는 것을 불가결한 생존의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월 국내 최대의 실시간 메시징서비스업체인 유아이앤닷컴을 약 200억원에 인수하며 초대형 인터넷업계 M&A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양사의 M&A는 각 분야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업체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인수대금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유아이앤닷컴 인수로 한메일넷에 이어 또 하나의 실시간메시징 기술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포털을 구축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패키지를 통한 세계화 전략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아시아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미국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및 아시아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유아이앤닷컴의 세계화 전략이 맞아떨어져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네이버컴도 M&A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네이버컴은 지난 4월 온라인 게임업체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솔루션업체 원큐, 검색솔루션업체 서치솔루션 등과 12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 및 투자에 합의하고 토털 인터넷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네이버컴은 이번 합병 및 투자로 미디어·전자상거래·솔루션 등 인터넷종합포털업체로의 성공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새롬기술의 웹지리정보시스템업체인 타운넷 인수를 비롯해 한글과컴퓨터의 하늘사랑 M&A, 전자상거래업체인 미래인터넷의 역경매업체인 우리네트 인수 등 인터넷분야의 M&A가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다음커뮤니케이션·야후코리아·새롬기술·한글과컴퓨터·프리챌 등 주요 인터넷업체들은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통한 수익창출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더욱 적극적인 M&A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 무산에서 나타나듯 인터넷업체 가치산정에 대한 기준마련과 가치산정에 필요한 투명경영이 요구된다.
한편 오프라인업체의 온라인업체 M&A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IT업체로의 사업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오프라인업체들이 인터넷업체의 M&A를 통해 손쉽게 첨단기술업체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텐트제조업체인 지누스가 지난 7월 본격적인 인터넷사업 진출을 위해 전자상거래솔루션업체인 인더스트레이더를 합병했으며 식료품업체인 고제도 지난 2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콘텐츠업체인 와이즈인터넷을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특히 자본이 풍부한 코스닥등록 일반 제조업체들이 M&A를 통한 첨단기술업체로의 변신을 서두르면서 이들 업체의 인터넷업체 M&A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주요 IT업체 M&A 현황(단위: 억원)
인수업체=피인수업체=비용=목적
한국통신=한솔엠닷컴=4461=무선통신사업 강화
SK텔레콤=신세기통신=2조7461=시장지배력 확대
네이버컴=한게임커뮤니케이션·원큐=1200=토털인터넷솔루션업체 변신
LG전자=LG정보통신=-=전자 및 정보통신 역량 강화
주성엔지니어링=아펙스=-=반도체 전공정장비분야 통합
나리지온=한국고덴시=69=광통신모듈사업 강화
새롬기술=타운넷=41=콘텐츠 확보
바른손=와와닷컴=125=인터넷업체 변신
뉴런네트=비봉전자통신=65=네트워크장비업체 변신
세원텔레콤=맥슨전자=600=GSM기술 확보
휴맥스=크로스텍=지분확대=네트워크장비시장 진출
에스넷=트러스트테크놀러지=10=ASP시장 진출
인성정보=휴먼벨트닷컴=13=통합메시징시스템 확보
웰링크=보성하이넷=-=광전송장치기술 확보
한국정보통신=바람소프트·보인기술=13=인터넷사업
일산일렉콤=아이링스=6.5=인터넷접속장비 개발
다음커뮤니케이션=유아이앤닷컴=200=인스턴트 메시징서비스 통합
로커스=세븐웨이브=201=무선인터넷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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