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거세지는 A&D 열풍

인수합병(M&A)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계가 첨단기술산업 열풍에 휩싸이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전통적인 굴뚝업체들이 발빠르게 정보기술(IT)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첨단기술업체의 M&A를 통해 정보기술업체로 속속 전환하면서 인수개발(A&D)이라는 신용어를 탄생시켰다. 전형적인 굴뚝업체가 IT업체를 인수해 정보통신업체로 거듭나는가 하면 비IT업체를 인수해 첨단기술업체로 전환시키는 M&A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이뤄지나=지금까지 A&D의 주된 형태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비IT업체를 인수해 첨단기술업체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시에서 소외되거나 관리대상 종목을 골라 적은 비용으로 인수한 후 IT업체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인수업체는 A&D후 대대적인 감자를 통해 유통주식수를 줄여 1차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지속적으로 호재를 발표하며 상승모멘텀을 유지시킨다. 투자자들도 첨단기술업체로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매집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수업체는 원하는 수준까지 주가가 올라가면 대대적인 유상증자를 실시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또 마련된 자금으로 기술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선다. 리타워테크놀러지스·바른손·코아텍 등 최근 A&D로 각광받는 업체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황=국내 A&D의 시초격인 리타워테크놀러지스(구 파워텍)는 지난 1월 미국의 투자사인 리타워인베스트가 전체 지분의 50%를 인수하고 인터넷업체로 변신을 선언한 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당시 보일러용 소형모터 생산업체인 파워텍을 첨단기술업체로 전환시킨다는 아이디어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리타워테크놀러지스가 증시에서 성공을 거두자 비슷한 형태의 A&D가 줄을 이어가고 있다.

인큐베이팅 전문업체인 미래랩은 지난 5월 팬시문구업체인 바른손을 인수해 인터넷업체로 변신을 선언했다. 또 한번의 가파른 주가상승이 시작됐다. 인수당시 1만원(액면가 5000원)대에 머물던 바른손 주가는 22만원대까지 수직상승했다. 미래랩은 코스닥 등록법인인 바른손을 인수해 공개시장을 통한 자금확보선까지 확보하는 실리도 동시에 챙겼다.

로커스는 이번달 모니터 부품업체인 코아텍을 인수해 인터넷 지주회사로 변신시켰다. 로커스는 인수비용 부담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코아텍은 기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로커스의 펀딩업무를 이관받음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모헨즈·삼화콘트롤스 등도 IT업체 인수를 통해 첨단기술업체로 급부상했다. 레미콘업체인 모헨즈는 영상압축기술 소프트웨어업체인 한국미디어산업을 인수해 IT업체로 전환했으며 삼화콘트롤스는 보안관련 업체인 시큐어컴 인수에 나섰다.

◇문제는 없나=전문가들은 A&D가 기업을 리모델링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A&D 자체가 기업변신 성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장성에는 높은 점수를 주되 가시적인 실적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과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대다수 A&D업체는 기술개발이나 제품판매를 통한 매출보다는 증시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IT업체 인수나 출자를 통한 평가차익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A&D업체들은 아직 사업초기여서 본격적인 평가는 유보해달라는 반응이다. 관련업

체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A&D업체들의 주가하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 업체들이 A&D를 시도하면서 희소가치가 줄어들었고 고주가에 대한 부담으로 추가 매수세력마저 실종된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매수세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동안 폭발적인 주가상승으로 인한 주가하락이 예견된다.

◇기업가치 극대화에 나설 때=현시점에서 A&D업체에 요구되는 것은 기업의 핵심역량과 구체적인 중장기 비전이다. 무늬만 IT업체가 아닌 실질적인 기술개발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또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모기업의 업체를 인수해 대주주에게 막대한 평가익을 남겨준다든지 복잡한 M&A 방법으로 실제 인수가격이 장부가를 밑도는 등의 행태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A&D가 전통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M&A로 아직 과도기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평가를 이끌어내기에는 여러 단계의 검증과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A&D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첨단기술업체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와 성장모델 제시가 요구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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