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 시대다. 지난 3일 방송의 날을 기념해 KBS와 MBC가 시험 디지털방송을 시작하고 민영방송인 SBS는 이들보다 한발 앞선 8월 31일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에 들어감에 따라 지상파 방송3사가 모두 디지털방송에 돌입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시험단계다. 방송3사가 그동안 시험방송 시작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다. 이들 3사는 HD급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해 단순히 자연풍경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하루 30분 정도씩 고정편성했다. 나머지 시간은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컨버팅해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살린 디지털방송 본연의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리모컨 조작만으로 방송에 나온 상품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입하거나 관련정보를 취득하는 등의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을 누리기에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3사의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상황을 살펴본다.
◇KBS=국내 최대 규모의 공영방송인 KBS는 지난 3일 「이것이 HD이다」는 1시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방송을 시작했다. 이외에는 「북한산의 사계」와 한국의 고유문화 유산을 소개하는 15분짜리 프로그램 5편을 2편씩 묶어 오전과 오후에 30분씩 하루 총 1시간씩 주 5일간 고정편성하고 있다.
KBS는 앞으로는 2주마다 1편씩 신규 프로그램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정물들은 KBS를 통해 방송중인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SD급 디지털로 컨버팅해 송출하는 정규방송이 끝난 오전 11시와 새벽 1시에 각각 송출하고 있어 정식 디지털방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MBC=MBC는 타 방송사와 달리 별도의 특집물 없이 3일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방송프로그램면에서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MBC는 「사랑한다고 말해봤니」와 「창포꽃 필 무렵」 등 2편의 단막극을 HD급으로 제작해 「MBC 베스트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방송하고 있다.
고정물로는 다른 방송사와 같이 자연풍경을 보여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고정편성했지만 실험방송에 사용됐던 프로그램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나머지는 SD급으로 변환된 아날로그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SBS=SBS는 지상파 방송3사 중 디지털 방송에 가장 발빠른 준비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시험방송 시점도 KBS와 MBC보다 앞선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했다. SBS는 후발 방송사와 수도권에 한정된 민영방송이라는 약점을 디지털방송을 통해 극복한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별도의 디지털방송팀을 구성하고 준비작업에 돌입한 결과, 실험방송 시기는 지난해 9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방송은 먼저 시작했다.
SBS는 지난달 31일 첫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한 「HDTV가 세상을 바꾼다」는 20분짜리 특집물과 SBS가 자체 제작한 40분짜리 다큐멘터리 「오지의 사람들」 등 2편 이외에는 이렇다 할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풍경 2000」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8일부터 주 1회 고정물로 편성된다는 점이 타 방송사보다 조금 앞선 수준이다. 나머지 방송시간 역시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변환시킨 SD급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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