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어디로 가나

6일(미국시각) 나스닥에서 반도체 가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12.2%나 폭락했고 전날 반도체 증산을 위해 시설투자를 밝히며 낙폭이 멈춰섰던 삼성전자도 7일 다시 곤두박질쳤다.

최근 반도체 경기의 정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하반기에 더 많은 실적이 기대되고 있고 전형적인 실적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 주가는 안개속을 헤매고 있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반도체 정점논쟁 부활=6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하락은 보리스라는 반도체 애널리스트가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시장열위로 강등시킨 데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현재의 D램 재고감축 속도로 미뤄볼 때 4·4분기에는 가격의 하락이 예상된다며 12개월 목표주가도 7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춰 잡았다. 전날 인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는 등 미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주가는 전반적인 약세 국면이다.

하지만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1년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창원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은 대체로 3·4분기와 4·4분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강한데 올해는 2·4분기에도 반도체 값이 워낙 높게 형성된 것이 상대적으로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장비업체들과 재료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증가는 확실시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정점의 논란은 반도체 실적의 퇴조라기보다는 성장의 둔화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상반기에 온통 장밋빛이었던 반도체에 대한 평가에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삼성전자 신규 시설투자 영향=삼성전자의 3개 반도체 생산라인 신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D램 사이클의 장기화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또 선두업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며 현재 21%대인 시장점유율을 30%대로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가 수익성 향상이란 과실로 열매맺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투자확대로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반면 전형적인 경기 민감업종인 반도체에서 불황시 수익성 악화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 및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의 설비확대에 대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 공격적 경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와 재료업종은 대체로 삼성전자 설비확대의 최대 수혜자다. 전공정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과 피에스케이는 하반기에 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확대로 예상실적에 플러스 알파를 얻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후공정업체 중 검사부문의 미래산업, 디아이 조립업체인 동양반도체·이오테크닉스 등도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클린룸업체인 신성이엔지와 성도이엔지도 삼성전자 설비확대의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리젠트증권도 7일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재료업체인 동진쎄미켐·원익·화인반도체 등의 호황이 하반기에 본격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재료업종의 특성상 반도체 호황시작 이후 6개월∼1년후 호황이 찾아온다는 면에서 올 하반기에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반도체관련주의 주가약세는 실적부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과도한 경기민감주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의 호황이 적어도 1년이상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는 이미 올 상반기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적이 내년까지 좋아지더라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주가의 선행성을 고려할 때 경기정점 논란이 대두된 것만으로도 주가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아직도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동전화단말기와 LCD분야의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이 부분의 비중이 크지 않으며 실적과 성장성면에서 여전히 긍정적 부분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주가 재상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료와 장비업체들은 업종의 특성상 반도체제조업체들의 향방에 크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반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주가 부활없이 독자적 주가 오름세를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세종증권은 하반기 재료 및 장비업체들의 경우 매출과 순이익은 확대될 것이지만 한국의 반도체장비와 재료업체들의 기술력은 그다지 우수하지 않고 코스닥시장에 속해 있는 장비 및 재료업체들의 주가수익률(PER)은 오히려 미국의 업체들보다 높다며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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