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은 무죄」
브라운관업체인 삼성SDI(대표 김순택 http://www.samsungsdi.co.kr)가 디지털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 국내 제조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삼성SDI는 회사 경영, 회계, 생산 관리는 물론 조직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인터넷비즈니스를 뼛속까지 스며들게 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본업을 제쳐두고 새로운 인터넷 사업에 한눈을 파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사업을 인터넷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개편해 2000년대에도 디스플레이의 강자로 남겠다는 게 이 회사의 디지털 기업화 전략이다.
기업이미지(CI) 변경과 새로운 조직 문화 전개 등으로 이 회사의 변신은 최근에야 이뤄진 것으로 여겨지나 본격적인 준비작업은 벌써 5년전에 시작됐다.
이 회사는 90년대 초반까지는 경영정보, 통합생산 등 정보시스템의 정착에 힘을 쏟았다. 그러다가 96년부터 본격적인 프로세스혁신(PI) 작업에 들어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제품정보관리(PDM) 등을 본격 도입했다.
어느 정도 정보기술(IT) 기반을 조성하자 이 회사는 본격적인 네트워크망 구축
에 들어갔다. 본사와 해외 사업장의 정보시스템을 한데 묶는 글로벌 경영 기반을 구축했으며 인터넷비즈니스에 바탕을 둔 21세기 정보화 비전도 마련했다.
정보화 비전의 방향은 크게 4가지다. 비즈니스 협력사와의 공조 확대, 고객 중심의 정보서비스 차별화, 비즈니스의 지식(인텔리전스)화 구축, 인터넷 기반의 정보 인프라 확충 등이다.
이러한 전략은 e비즈니스 원년인 올해부터 본격 추진됐다.
협력사와의 공조는 인터넷을 통한 열린 구매시스템 가동으로 나타났다. 고객 지향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구축, 주요 거래선에 적용했으며 하반기에는 확대 적용중이다.
비즈니스의 인텔리전스화는 국내외 사업장의 경영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경영시스템(GSMA)으로 구현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삼성SDI는 초고속 네트워크망을 갖춰 놓았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 과정에서 곧잘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정보화 작업에 앞선 삼성SDI도 이러한 문제에서 ERP 등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SDI는 최근 새로운 경영 환경에 맞는 조직과 문화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올초 e비즈니스팀과 밀레니엄비즈니스프런티어팀을 신설하고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팀의 독립 사업조직화, 전사적인 연구개발(R&D) 조직 혁신 등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기업의 뼈대를 갖추자는 포석이다. 김순택 대표는 『도전적이면서 창조적인 조직으로 전환해 거급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문화에도 손을 댔다. 기존의 판에 박힌 제도와 관행, 사고의 틀을 유지해서는 디지털 경영은 요원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만든 게 제도파괴팀이다. 업무 지식은 물론 「끼」로 뭉친 1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이 팀은 불합리한 제도와 의식구조를 철저히 파괴해 속도, 유연성, 개방성을 속성으로 하는 디지털 경영의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SDI는 또 개인간 또는 부서간 정보 공유를 위해 부서 홈페이지 경연대회를 가졌으며 나아가 인사관리도 인터넷으로 하는 등 임직원의 디지털 마인드 확산에 골몰하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서울, 수원, 부산, 천안 사업장)는 물론 해외(독일, 말레이시아, 브라질, 미국, 멕시코, 중국의 선천, 톈진, 퉁관, 홍콩, 대만)에서 1만8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다.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경영을 펼치지 않고서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삼성SDI의 변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경영 환경에 의해 강요된 게 아니라 자발적인 시도라는 점이다.
이는 삼성SDI가 21세기에 맞게 내세운 2가지 비전에서 나타난다.
하나는 「디지털세계의 진정한 강자(True Leader in Digital World)」이며 다른 하나는 「인터넷세계에서의 가치창조자(Value Creater in e-World)」다.
2가지 슬로건 모두 다가온 디지털세상을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삼성SDI의 변신이 국내 제조업체들에 전해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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