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부문 공격적 투자

메모리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거인, 삼성전자가 용틀임을 다시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반도체는 물론 비메모리반도체와 TFT LCD에 대한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전개해 초일류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장기전략을 마련했다. 6일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이 가진 기자간담회는 이러한 비전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10라인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투자 없이 지내온 삼성전자가 이처럼 본격적인 투자를 선언하고 나서자 세계 메모리·비메모리반도체 및 TFT LCD업계는 삼성전자의 비전이 실현될 것인지 또 시장에 미칠 파장은 무엇인지 저울질하고 있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

반도체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투자는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말 착공한 10라인을 가동하는 시점에서 11라인의 착공에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10년동안 중단하다시피했던 비메모리반도체 라인에 대한 투자도 재개했다. 초기 웨이퍼 월 1만6000장인 10라인도 내년께 3만2000장 규모로 추가증설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이윤우 사장이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올해 안으로 TFT LCD 5세대 라인에 대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10라인 증설을 제외하고도 라인당 2조원 안팎인 설비투자를 한꺼번에 3개씩이나 병행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역사상 이러한 적은 없었다.

공급과잉설이 나오는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들어간 것은 아직도 공급이 모자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황창규 메모리반도체부문 사장은 『공급과잉 예측은 날로 다양해지는 시장상황을 잘 몰라 나온 것으로 적어도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경우 2002년에 가서도 공급이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반도체는 공급과잉 우려가 높으나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사업에서는 오히려 공급이 모자란다.

TFT LCD 역시 당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나 노트북컴퓨터 외에도 휴대형 단말기, 모니터용 제품, LCD TV 등으로의 수요다변화로 오는 2002년께 다시 공급부족이 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먼저 투자해 그 결실을 독차지하자는 것이 삼성전자의 기본 전략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올들어 D램과 TFT LCD 사업에서 막대한 흑자를 올려 뒷심도 생겼다.

◇시장과 업계에 미칠 영향

삼성전자의 신규투자는 경쟁사들을 잔뜩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신규라인을 본격 가동하는 내년 말께는 D램 등의 생산량이 지금보다 두배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막강한 생산량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주눅이 든 외국 D램업체들로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업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TFT LCD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이제 4세대 라인을 투자한 상황에서 5세대 라인까지 신규투자할 경우 이미 이를 선언한 LG필립스LCD와 함께 한국 TFT LCD 업체의 독주가 불가피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외국의 D램 및 TFT LCD 업체들은 당분간 신규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 따라서 외국업체들은 삼성전자를 견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공급과잉 사태를 일으킨 주범으로 몰고 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공세를 의식하고 있다. 이날 발표도 애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그렇지만 이윤우 사장이 밝힌대로 D램과 TFT LCD의 투자는 수급상황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선언을 계기로 세계 D램과 TFT LCD 업체들은 투자시점을 놓고 한참 고민에 빠지게 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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