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서비스를 위해 국내기업들이 외국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상용화 초기인 2002∼2003년에만 최소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불 명목도 상당 부분이 핵심기술을 들여오는데 따른 로열티나 라이선스 계약료라고 한다. IMT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는 있지만 관련 핵심기술 보유가 미약한 국내기업들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조원이라는 돈은 동기식이나 비동기식 등 기술방식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IMT2000 장비시장 초기 규모가 10조원이었을 경우를 추정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10조원 규모의 장비시장에 대해 퀄컴과 에릭슨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들에 지불해야 할 10% 내외의 로열티액과 전체 시장규모의 20% 내외에 이를 국산화하지 못한 장비를 직접 사들여왔을 때의 비용을 합산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천문학적인 이 2조원이라는 금액이 그나마도 최소치에 불과할 뿐, 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이 금액은 외국기업과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되는 등 로열티 협상이 잘 마무리됐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계약이 순조롭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금액은 전체 장비시장 규모의 10%를 훨씬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동기식의 경우 역시 현재 동기식 진영과의 기술표준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액 산정 결과는 엇비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에릭슨·노키아 등 27개나 되는 관련기술 보유 기업들과의 개별 협상에 따라서는 동기식보다 오히려 다소 높은 수준에서 로열티 금액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에 대한 로열티 외에도 무선인터넷 콘텐츠 등 각종 서비스 저작권료에 대한 부담도 국내기업들을 압박하게 될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콘텐츠 서비스 방식을 놓고 WAP과 ME 진영이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경우는 현재까지도 비용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로열티액은 시장규모의 15%대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시장규모의 15% 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한다면 사업자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물론 그렇다고 시대적 대세인 IMT2000서비스를 포기하거나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러 정황을 볼 때 현재로서 국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외국기업과의 협상에서 로열티액을 낮추거나 지급방식 등에서 유연성을 확보하여 지불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예컨대 IMT2000 서비스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놓고 벌이는 동기식 진영과 비동기식 진영간의 주도권 경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에 앞서 국내기업들이 의견을 모아 협상력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함께 모여 기술 표준 선정과 로열티 및 지적재산권문제 등을 연계해서 고찰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의외의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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