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이달부터 IS95C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고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도 이에 가세, 이동전화시장은 새로운 망 시대를 맞게 됐다. 사업자들에겐 수조원의 투자비를 조달해야 하는 IMT2000을 앞두고 또 다시 돈을 퍼부어야 할 대목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돈」에서 자유로운 사업자는 아무도 없다. 한국 최고기업이라는 SK텔레콤도 예외는 아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이동전화 망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망 통합」이라는 새로운 시장 환경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PCS사업자들이 가장 분통터져하는 일이 소위 통화 성공률이다. 예컨대 011이 불통일 경우 소비자들은 「뭔가 장애가 생겼나 보다」 정도로 넘어간다. 반대로 PCS가 불통되면 그가 PCS사용자이건 셀룰러 사용자이건, 혹은 이동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소비자이건 반응은 똑같다. 『PCS라 그래, 역시 011이 팡팡 잘 터져』라며 아예 PCS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일리가 있지만 어찌보면 터무니 없는 PCS에 대한 폄하일 수도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 시도지역에서의 통화 성공률은 이동전화 5사가 거의 엇비슷하다. 정부가 조사한 결과도 그렇다. 심지어 PCS사업자들은 이미 주파수 용량이 한계에 다달은 011보다 자신들의 성공률이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 그것도 산간 오지로 갈수록 011 맹위가 더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기지국 수가 많으니 당연하다. 레저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동선이 말그대로 전국 규모로 확대되면서 시골 구석구석까지 팡팡 잘 터지는 011의 신뢰성이 돋보이는 것이다.
PCS사업자들에게 문제는 평소 사용하기에는 아무 불편을 못느끼면서도 어쩌다 지방에서 불통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곧바로 PCS에 대한 품질로 연결시키면서 객관화, 일반화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이다. 소비자들에게 무한 책임을 다해야하는 사업자들로서는 억울(?)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설비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이동전화 기지국 철탑으로 전국이 뒤덮이는 꼴불견은 「양념」으로 따라 다닌다.
그래서 경쟁이 격화될수록 1위 사업자만 배를 불린다는 경제법칙이 이동전화시장에서도 철저히 관철되고 있다. 011은 가입자를 줄여도 줄여도 줄지 않는다. 후발주자들은 10만명을 늘리려면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과 망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경영 수지를 맞출 틈도 없이 투자비에 허리가 먼저 휜다. 자연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
정부 역시 이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현 2세대 시장에서는 손 쓸 여유가 없다. 5개 사업자가 죽기살기식 망 투자로 중복 과잉투자 시비가 끊이지 않자 IMT2000에서는 기지국 공용화 의무비율을 70% 이상 높이겠다고 나섰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2세대는 이미 진도가 너무 나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IS95C(2.5세대) 도입을 계기로 망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다. 물론 011이 017을, 한국통신이 018을 인수, 그룹사 형태로 바뀌면서 서로간 망 통합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차제에 2세대까지 망 로밍을 추진해야 한다는 한 발 더 나아간 주장도 나온다. 이 경우 셀룰러 진영과 PCS진영으로 양분된다.
011로서는 아쉬운 것이 없다. 조급한 것은 PCS쪽이다. 수익을 내고 투자비를 줄이면서 셀룰러 진영과의 통화 품질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로밍 작업의 무게가 훨씬 크다.
여기에는 작지만 미묘하고도 결정적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PCS사업자들간 이해가 엇갈리는 것이다. 016-018 연합군은 019와의 로밍이 이루어지면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게산을 할 수 있다. 019는 2세대까지 포함한 PCS그랜드 로밍을 실현해야만 011 독주의 현 시장 구도를 깨고 PCS 전체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밍은 어차피 사업자간 상생(相生)의 길이다. 다만 사업자들이 상생에 치중할 것이냐, 차별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냐는 이제부터 지켜볼 만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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