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IMT2000>35회-기술표준방향;장비제조업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오직 동기식으로만 통하는 길을 걷는다. 장비제조업로서 기술표준 공방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관망하며 실익을 도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동기식 로비」를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장은 『IMT2000서비스 후보 사업자들이 모두 비동기 방식을 주장, 지난 10여년간 기술을 축적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한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이 사장돼 국내 이동통신 산업기반이 붕괴된다』는 것으로 집결된다.

즉 동기식 CDMA산업은 지난 96∼99년 약 31조원의 생산력, 22만명의 고용창출효과, 부가가치 11조원의 경제기여도를 보였으며 3개 시스템업체, 13개 단말기제조업체, 900여개 부품업체 등 산업기반도 건실해졌는데 비동기식을 채택해 모든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비동기식 시스템 개발이 오는 2003년 말이나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시장에서 외국산 장비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회사는 비동기식을 채택하면 오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시스템 장비 약 5조5000억원, 단말기 9조9000억원, 부품 4200억원의 무역수지 악화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출분야에서도 동기식은 올해에만 40억달러 상당의 수출실적이 예상되지만 비동기식은 국내업체들의 기술력, 자금력, 마케팅력의 부재로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LG전자 =최근 LG IMT2000컴소시엄(LG글로콤)의 지분율을 최소 40%(출연금 1조원)에서 최대 50%(1조3000억원) 정도 확보해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을 공식화함으로써 「비동기 선호」를 확고하게 다졌다.

LG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세계 2세대 이동전화시장의 80%에 이르는 비동기 시장규모, 국제로밍, 기술적 우위 등을 감안할 때 비동기 중심의 기술표준 선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광대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하루빨리 국내 비동기 장비, 단말기술을 육성해 시장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LG는 일부 업체가 주장하는 동기식 CDMA산업기반의 붕괴 우려에 대해 『비동기식 IMT2000(WCDMA)도 CDMA에 기반한 기술이기 때문에 동기 관련 기업체들의 비동기 개발역량 확보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실제 많은 중소기업들이 상당수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동기식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측은 『국내 통신장비업계 비동기식 개발역량이 부족해 초기시장에서 외산장비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핵심망, 기지국, 단말기 등 전반적인 비동기시스템 연동시험이 가능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모뎀칩, 영상소자 등의 핵심부품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LG전자 정보통신총괄은 내년 하반기까지 비동기분야의 전 시스템을 상용화하고 사업자 요구사항을 수용, 오는 2002년 초로 예정된 서비스에 맞춰 적기에 안정적으로 장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전자 =현대전자는 「선 동기, 후 비동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초기시장에서는 장비개발 경험을 가진 동기식에 주력하고, 이후에는 비동기분야에 진출해 세계시장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현대전자는 비동기분야의 해외 유명 통신장비업체들과의 제휴를 타진하는 등 문호를 넓혀놓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편향된 방식을 고집할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낭패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방침은 비동기식보다 동기식이 우월하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동기식 CDMA로 다져온 시장입지를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몽헌(MH) 계열기업인 현대전자로서는 대북 통신사업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는 데다 그룹 전체로 번진 2세 경영자간 다툼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IMT2000사업에 매진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현대전자의 통신부문장으로서 대외창구역할을 담당해온 박항구 부사장이 대북 통신사업을 전담할 특수사업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현대전자는 2세대 이동전화단말기 분야에서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통신사업 전반에 대한 수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현대전자로서는 동기, 비동기를 선택하지 않은 채 모든 시장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 결론이 「선 동기, 후 비동기」라는 유동적인 형태로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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