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산업, 호황에도 설비투자는 미흡

세계 반도체시장 전반이 공급부족에 직면할 정도로 호황인 가운데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재개했으나 공급난을 더는 데에는 크게 미흡해 호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은 호황이 언제쯤 가야 주춤해질는지, 경쟁사들의 투자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투자확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끝 모르는 호황

세계반도체생산능력통계(SICAS)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반도체업체들의 가동률은 95.5%였다. 지난해 4분기의 93.6%은 물론 지난 1분기의 95.2%를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공장들은 지난해 말 이후 95%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반도체업체들의 2분기 생산능력은 6인치를 기준으로 203만4000장으로 1분기에 비해 고작 3.3% 증가했다. 1분기 증가율은 9.6%였다. 생산능력의 증가세가 둔화된 대신 가동률은 늘어났다는 것은 현 생산능력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음을 뜻한다.

호황은 반도체 출하량의 증가에서도 감지된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 6∼8개월 동안 반도체 출하량 증가율은 30∼35%선을 유지했다. 80년대와 90년대의 호황기에서도 볼 수 없던 현상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들은 최근의 호황기가 예년의 그것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화될 D램 공급난

D램 생산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면서 공급난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난주 세계반도체제조협회(SEMI)가 주최한 반도체 분석가 포럼에서 데이터퀘스트의 분석가 클라우스 리넨은 『투자가 대폭 늘어난 플래시메모리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반도체 투자에서 메모리 투자의 비중은 많아야 25%』라면서 『통상적으로 30∼35%이며 호황기에는 50%까지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D램 공급부족은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조사기관들은 D램의 공급부족이 3·4분기보다 4·4분기에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4·4분기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5%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표1 참조

◇늘어나는 설비투자

낙관적인 시장전망은 반도체업체로 하여금 투자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지난해 10억달러 이상 투자한 반도체 회사는 9개사였으나 올해에는 18개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규모로 본 상위 10개사는 60억6000만달러를 투자할 미국 인텔을 비롯해 미국의 모토로라·TI, 일본의 NEC·히타치, 대만의 TSMC·UMC, 유럽의 필립스·ST마이크로 등이다.

미국·일본·대만업체들의 투자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표2 참조

이들 업체의 투자는 주로 로직IC와 플래시메모리에 집중됐다.

◇향후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D램 공급부족 현상이 내년과 내후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D램의 시황이 좋은데도 불구, 세계 1,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현대전자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D램업체들은 설비투자를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에다 300㎜ 웨이퍼에 대한 투자시점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로직IC와 플래시메모리 등의 시장은 올해 반도체업체들의 경쟁적인 투자확대로 D램에 비해 먼저 수급균형을 이룰 전망이다.

그래도 이들 분야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난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분석가인 클라크 푸스 J P모건 증권사 부사장은 『이번 호황주기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됐으며 최근의 설비투자도 늘어나는 수요에는 크게 부족하다』면서 반도체 호황기가 예년에 비해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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