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시장의 축이 PC에서 점차 네트워크, 이동통신서비스, 정보가전 쪽으로 옮겨가면서 PC시장에 의존해온 인텔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
이러한 궁금증을 풀려면 지난 22일부터 사흘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해로 3년째인 IDF는 특히 인텔의 위기의식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열려 세계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인텔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PC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PC시장에서 확보한 업계표준을 이동통신과 네트워크 등 신규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기업간(B2B) 전자상거래에서는 컴퓨터는 물론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등을 표준화하고 통합하는 「모듈 방식의 인터넷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며 인텔이 이러한 역할을 자임하겠다고 말했다.
인텔의 이러한 의지를 담은 제품이 「인텔 넷스트럭처」다. 이 제품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안에 있는 다양한 서버의 부하를 적절히 할당하는 기능을 갖춘 인텔의 전략적인 솔루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텔은 이동통신단말기를 비롯한 각종 휴대형 정보기기에 적용할 새로운 칩 아키텍처인 「Xscale」을 선보였다. 올해 말께 본격 출시할 이 제품은 초저전력으로 최대 1㎓의 클록속도를 내며 네트워크 장비에도 쓸 수 있다.
인텔은 또 고속서버에 장착돼 광네트워크에서 송수신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다중전송 광네크워크 접속엔진인 「기가블레이드 「OC-48」을 선보였다.
이밖에 인텔은 신규 디지털신호처리기(DSP) 아키텍처인 「FrioDSP」와 「Xscale」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RISC-DSP 아키텍처, PC와 PC간에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하는 데 필요한 보안시스템 등의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인터넷과 이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시스템에 관련된 제품들이다.
인텔은 주력인 CPU도 이제 PC사업이 아닌 인터넷사업의 도구일 따름이다.
인텔은 윈도2000·리눅스·유닉스 등 다양한 운용체계(OS)를 지원하는 서버용 64비트 CPU 「아이태니엄」과 1㎓급 펜티엄Ⅲ 제온, 클록속도 1.4㎓인 고성능 PC용 펜티엄Ⅳ 등을 소개하고 이를 장착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알버트 유 수석 부사장은 『이들 제품은 늘어나는 서버의 e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를 더욱 손쉽게 처리하도록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이미 CPU시장에서 닦은 업계표준을 바탕으로 끊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 아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인텔은 IT업계 한쪽에서 「인텔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감이 퍼지는 것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다.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 회장을 비롯해 인텔의 경영진이 이번 IDF 행사에 총출동한 것은 이러한 일부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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