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칠 한국전기초자 사장(61)은 「해결사」다. 지난 97년 말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빚더미 회사를 떠맡아 2년반만에 알토란같은 회사로 바꿔놓았다. 부채비율 1100%가 넘고 600억원 이상의 적자 투성이었던 회사가 부채비율 49%에 올해 1500억원의 흑자를 기대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나머지 빚도 당장 갚겠다는데도 은행에서 극구 말려 빚을 다 갚지 못할 정도다.
해결사로서 서 사장의 능력은 「쾌도난마」식의 구조조정으로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서 사장은 지금까지 인력을 한명도 강제로 줄이지 않았다. 다만 임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끊임없이 만나 설득, 자연스럽게 의식을 변화시켰다.
그는 취임 이후 단 하루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를 만난 토요일에도 이미 1시간 전인 6시에 회사에 나와 현장을 돌아본 다음이다.
한국전기초자는 구미공단에서는 가장 많은 9개의 굴뚝을 가진 「굴뚝산업」의 대명사. 하지만 막대한 순익으로 얼마 전 벤처기업가들이 견학해 벤치마킹할 정도의 「알짜기업」이다.
일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말 주당 1만300원이던 이 회사의 주식을 주당 5만2000원에 인수했다. 그만큼 이 회사의 잠재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서두칠 사장은 비전과 의식공유를 중시한다. 그는 평소 『경영자는 어려울 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임직원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개인
홈페이지(http://www.suhdoochil.pe.kr)를 운영하고 있다.
서 사장은 취임하면서 「98 혁신, 99 도약, 2000 성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이를 달성했다. 이제는 「2001 재도약, 2002 변혁, 2003 성취」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러한 비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막힘없는 달변가인 서 사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이제는 휴가도 보낼 때가 되지 않았나.
▲지금까지의 성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나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내년부터는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기초자가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사내에 「위기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 없이는 극복의지도 비전도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 임직원들이 의식을 공유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없는데도 이렇게 생산성을 높이기는 힘들었을텐데.
▲구조조정은 사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두배의 일을 주는 것이 훨씬 낫다. 생산·연구개발 체제, 금융과 노사문제 등을 모두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또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다. 「follow me」가 아니라 「let’s go」가 바람직하다.
-상반기 실적을 돌이켜본다면.
▲매출과 순이익 모두 크게 늘어났지만 나는 이것보다도 투자수익률(ROI)이 높아진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하반기 시장전망은.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브라운관시장은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모니터용 유리와 평판유리, 대형 TV브라운관용 유리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하반기에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유리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매출목표도 7000억원으로 10% 정도 늘려잡았으며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투자도 활발해질 것 같은데.
▲일단 평판유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9인치용 클리어컬러 평판유리를 10월께 양산할 계획이다. 아사히글라스와의 의견조율이 끝나지 않았으나 TFT LCD용 유리의 생산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브라운관용 유리에는 1000억원, TFT LCD용 유리에는 1500억원 정도 투자할 생각이다.
-기업마다 e비즈니스가 화두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편하다. 이달부터 우리는 어음결제를 폐지했는데 협력업체들이 인터넷으로 입금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인터넷을 기업경영에 쓸모있게 하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영방침은.
▲지금까지 해온대로 내실경영에 주력하겠다. 또 이제 경쟁사들이 많아져 고객중심의 경영을 더욱 철저히 할 생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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