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비동기선택은 묘수인가, 아니면 자충수인가.」
IMT2000 사업권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하면서 비동기부문의 선두주자인 LG그룹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의 내용은 LG의 비동기 선택이 과연 「묘수인가, 아니면 자충수인가」하는 문제.
최근 한국통신과 SK텔레콤 모두가 동기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LG의 고민은 커졌다. 소문의 진원지는 장비제조업체. 여기에 정부의 국내 산업보호라는 명분이 더해져 LG를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통부도 「업계 자율」이니 「복수표준 고수」니 하는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비동기식과 동기식을 모두 아우르는 표준안을 자신하고 있다. 정통부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자신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동기식이 두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설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SK와 한국통신이 동기식을 채택해야만 가능하다. SK와 한국통신이 「상대방 회사가 동기식을 택한다면」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동기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소리도 공공연히 들리고 있다.
오로지 비동기부문만을 고집했던 LG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비동기식의 마케팅 이점을 활용할 경우 그간 PCS시장의 열세를 순식간에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LG의 생각이다. 국내 유일의 비동기 사업자인 동시에 전세계의 80%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비동기사업자와의 제휴도 가능해진다. 바로 LG가 그간 주장해온 비동기부문의 「준비된 사업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온 결과다. 공기업인 한국통신과 동기식부문의 선두주자라는 SK그룹의 틈새를 노린 「묘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한국통신과 SK그룹 모두 동기식으로 가더라도 LG만큼은 비동기식 표준을 택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 점에 대해 LG그룹도 「다른 사업자가 동기식을 택하더라도 비동기방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비동기식이 LG그룹의 IMT2000 표준방식이 될 것은 분명하다.
2개 사업자가 동기식을, LG가 비동기식으로 갈 경우 현재의 이동전화서비스 시장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경우 LG그룹은 향후 통신시장 M&A가 일어나더라도 다른 IMT2000 사업자와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해진다. 프로토콜이 달라 망연동이나 그랜드 로밍도 어렵다.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서 LG텔레콤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과 엠닷컴의 기업결합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경쟁사들이 IMT2000시스템과 망연동을 통해 서비스 권역을 확장시킬 때 LG는 독자적으로 서비스 품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경쟁초기 망구축에 들어가는 비용도 다른 사업자에 비해 수천억원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
서비스 시기면에서도 동기식이 상대적으로 상용화에 유리하다는 점도 LG로서는 고민이다. 만일 동기식을 채택한 한국통신과 SK가 2002년 6월까지 시범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서비스 개시시점을 놓쳐 초기 시장진입에 실패할 수도 있다.
파워콤 인수에서 LG그룹이 SK그룹에 비해 후순위로 밀려난 것도 향후 통신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LG그룹 대부분의 통신사업이 파워콤 광통신망을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SK그룹이 파워콤 인수에서 대주주로 부상한다면 영업 및 서비스 현황을 경쟁사에 그대로 노출되는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LG의 비동기식 IMT2000 기술표준 채택이 「묘수」인지 「자충수」인지 두고 봐야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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