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벤처캐피털 등 투자기관들과 다각도로 투자유치를 추진해온 S사. 해외 유명 SW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탄탄한 수익모델을 제시, 한때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았던 이 회사는 벤처조정 장기화에 따른 창투사들의 「눈치보기」에 피해를 본 대표적인 케이스다.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자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이 누가 먼저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른바 「총대」를 메주기만을 바라보다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아예 「6개월 후에 보자」며 슬그머니 발을 빼 전체 투자유치 목표치인 30억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컨소시엄을 짜야 할 형편이다.
인터넷업체인 D사의 상황도 마찬가지. 창투사 몇군데와 투신사를 통해 20억원대의 투자유치를 추진해왔으나 서로 눈치만 보는 바람에 수개월째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창투사인 A사의 입장은 B창투사가 투자한다면 우리도 투자한다는 것이고 B사의 입장은 C투신사에서 투자하면 우리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S사나 D사의 경우처럼 요즘 펀딩을 추진하는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선투자의 위험을 감안, 선뜻 투자결정을 하지 못하고 차일피일하는 벤처캐피털업체들로인해 마음고생이 심하다. 일단 특정 벤처캐피털과 투자유치를 진행하다보면 금방 업계에 소문이 나 다른 곳으로 투자유치선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벤처투자시장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분위기를 주도할 만한 확실한 업계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할 여유자본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발업체들 역시 어쩌다 알짜배기 벤처를 만나면 독식을 하면 했지 후발업체를 선도하는 배려가 부족한 것이 우리 벤처캐피털업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선발업체를 자칭하는 리딩컴퍼니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이 벤
처캐피털업계의 중론이다. 분위기에 좌우되는 벤처캐피털시장의 특성상 선발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바람몰이가 선행돼야 후발업체들이 자신감을 갖고 후속투자에 나서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때 벤처투자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소위 리딩컴퍼니로 분류되는 창투사나 신기술금융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초 사이에 대대적인 투자회수를 통해 사상 최대의 자본이득(캐피털 게인)을 얻어 현재 대부분이 엄청난 자금을 쌓아놓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의 유상증자와 펀드조성을 통해 소위 총알은 매우 넉넉한 편이다.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KTIC)·TG벤처·LG벤처투자·한국IT벤처투자·삼성벤처투자·현대기술투자·스틱IT벤처투자·무한기술투자·우리기술투자 등 10여개 업체가 이 부류에 해당된다.
신생 창투사인 C사의 관계자는 『현재 등록 창투사 140여곳 중 절반 이상이 IMF 시련기를 맛보지 못한 업력 1년 안팎의 신생업체다. 게다가 자금도 넉넉하지 않고 경험도 부족하다. 그러나 선발업체들이 소신을 갖고 투자를 늘려가며 업계를 선도한다면 코스닥 침체가 계속된다 해도 벤처투자는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모든 산업이 다 그렇듯이 벤처캐피털산업 역시 선
발업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동반자」라는 점을 중시, 벤처기업의 총체적 자금난을 풀어주기 위해 우선 선발 벤처캐피털부터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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