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분자 컴퓨터도 나온다

UCLA 연구팀, 극미세 화학스위치 개발로 「분자 컴퓨터」에 한 걸음 다가서

【본사 특약=iBiztoday.com】 기존 컴퓨터보다 100만 배나 빠른 속도의 「분자 컴퓨터」 실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 UCLA대학 연구진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소형의 고속 저가 컴퓨터의 기반기술이 될 극미세 화학스위치를 개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이 스위치는 주기적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컴퓨터의 핵심기능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수시 접근(Random Access)」 메모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날 개가를 올린 UCLA연구팀은 부피가 클 뿐 아니라 다루기도 어렵고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기존의 실리콘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분자 컴퓨터」 개발을 향한 큰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 스위치를 설계한 UCLA의 프레이저 스토다트 화학과 교수는 『분자의 의미는 최대한 작은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분자 컴퓨터가 언젠가는 실리콘 칩 컴퓨터를 대신할 뿐 아니라 옷 속에 집어넣을 정도로 작은 미세 컴퓨터의 제작을 가능케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분자 컴퓨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충돌 등 각종 고장의 우려 없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도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UCLA의 제임스 히스 연구원은 『분자 컴퓨터가 현재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일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분자 컴퓨터가 실리콘 기반의 컴퓨터보다 성능이 100만 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극미세 스위츠는 커티너니(catenane)라는 분자로 만들어졌다. 이번 주에 발행된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대로 커티너니는 한 개의 원으로 연결된 원자들로 구성된 두 개의 서로 얽힌 극미세 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토다트 교수는 『사슬의 일부처럼 두 개의 얽힌 링을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각 링은 전기 화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인식 사이트」라는 두 개의 구조를 갖고 있다. 전기가 흐르면 하나의 전자가 움직여 한 개의 링이 다른 링 주변을 회전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스위치가 켜진다. 전자를 되돌리면 스위치는 다시 꺼지는 식이다.

이 UCLA 연구진은 지난 해 로탁세인(rotaxane)이라는 분자로 스위치를 만들었으나 효율성이 떨어져 실용화 개발을 추진하지 못했었다. 휴렛패커드의 연구팀과 협력하고 있는 스토다트 교수는 『이번 스위치는 파워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작동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IBM이 원자 단위에서 자료를 저장하는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의 기초가 되는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컴퓨터 기술의 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은 기본적인 개념 수준의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티브전기자 steveju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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