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음반전시회 「팝콤 2000」이 세계 32개국 924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90개국에서 2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19일 막을 내렸다.
이번 팝콤의 화두는 역시 「디지털」. 디지털 시대에서 음반산업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와 생존전략은 무엇인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 유망한지 등에 대한 논의가 세미나와 콘퍼런스에서 제기됐다.
또 전시업체들도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와 수퍼오디오 CD를 내세운 소니·필립스 같은 전자회사와 윰(Yoom)·이제이(Ejay) 등 인터넷 음악회사들이 분위기를 주도, 음악산업이 급속히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최측도 200개가 넘는 뉴미디어 회사들을 위해 전시장을 상하로 나눠 전통적인 음반사들과 차별화시켰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바로 전통적인 음반메이저 BMG의 그룹사 「베텔스만」이었다. 물론 베텔스만이 화제가 된 것도 전통적인 음반메이저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 음악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베텔스만 그룹의 토머스 미들호프 회장은 디지털 전도사를 자청하면서 『음반산업계는 디지털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빨리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업체들이 처음으로 공동관을 구성, 현지 언론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내업체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진 비즈니스를 습득하고 국내 가수들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뮤직팩토리·캔기획·아이비뮤직 등 가요음반 기획사들은 현지 시장조사와 함께 미리 접촉해둔 해외업체들과 본격적인 수출상담을 벌였다.
또 굿인터내셔널·원뮤직·이클립스뮤직 등 중소기획사들은 각각 살타첼로·나이트위시·베빈다 등의 해외 뮤지션들을 발굴해 한국 전통민요나 가요들로 음반을 제작, 국내외에서 동시 발매하는 방안을 진행,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팝콤 2000에서는 아직까지 국내업체들의 해외시장 대응력이 걸음마 수준임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20여개 업체가 공동부스를 만들어 참여하긴 했으나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한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으며 한국관을 찾아온 해외 바이어들과 밀도 있는 상담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는 평이다.
또 록·헤비메탈·테크노·트랜스 등에 집중하고 있는 유럽시장에 맞는 음원들이 부족해 수출상담에 애로를 겪었으며 한국 색깔을 나타내는 독특한 음원도 없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쾰른(독일)=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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