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전용 공장을 신설키로 한 것은 이 사업을 메모리 반도체만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여진다. 말로만 외쳤던 「비메모리사업 육성」을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또 국내 최대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 회사의 반도체산업 구조에는 물론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 배경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구조를 비메모리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외쳐왔으나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사업에 필요한 생산 공장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전용으로 2∼5라인을 운영중이며 이들 라인의 설비를 끊임없이 보완해 왔으나 한계가 있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항상 지난해 페어차일드반도체에 부천공장을 매각한 게 아쉽기만 했다. 때마침 메모리반도체의 호조로 매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투자 여력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는 아예 공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신설라인을 온양 공장에 두기로 한 것은 기흥공장은 물론 조성중인 화성공장도 생산라인을 신설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조립 및 테스트 공장인 온양 사업장에 비메모리 전용공장을 둘 경우 빠른 납기가 생명인 비메모리사업을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신규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자체 반도체사업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시스템사업의 전개에 필요한 기술과 생산 공장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라인 신설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지털 가전제품과 통신단말기 등 시스템 사업의 핵심부품인 시스템IC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투자를 계기로 그동안 메모리분야에 비해 투자가 미흡하다는 회사 안팎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특히 비메모리분야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도 기대했다.
문제는 투자에 필요한 재원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 라인과 TFT LCD 5세대라인 등 신증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최근의 반도체산업의 호조로 올해 8조원 가량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재원 조달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정작 삼성전자가 걱정하는 것은 최근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업계에 일고 있는 과잉생산론이다. 자칫 과잉생산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어 신규 투자를 몇달 전에 확정해 놓고도 발표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사업 전개를 위한 전용 공장의 신설이 워낙 시급해 공장 착공을 결정했다.
◇향후 전망 =삼성전자는 이제 착공 단계이기는 하나 라인 신설을 계기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수탁생산(파운드리)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장기적으로 기술 축적과 사업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본연의 시스템IC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사내 수요도 많고 외부 수요도 안정적인 액정표시장치(LCD)구동칩이나 통신칩, 스마트카드 등의 사업을 적극 육성키로 했다.
이는 신설 공장의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듯하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CPU를 비롯한 핵심 반도체로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겨갈 계획이다.
신설 공장에 기존 라인에 비해 투자비가 두배 이상 많이 드는 첨단 장비와 설비를 갖춰놓기로 한 것은 이러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비메모리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재개하면서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동부전자 등 다른 반도체업체들의 투자 확대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와 달리 시스템사업을 병행하지 않기 때문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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