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CEC2000>산업계의 B2B EC열풍

「새 밀레니엄의 경제전쟁은 B2B 선점경쟁이다.」

각국 경제·산업주체들이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 시장 주도권을 향해 한치의 물러섬없는 태세로 진격하고 있다. 이제는 B2B EC가 차세대 디지털경제의 핵심축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데 너나 할것 없이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기술(IT)로 「옷 갈아입기」 정도가 아니라 기업경영·산업구조의 재편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국내외 B2B 산업동향을 포괄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최근 B2B동향=세계 EC시장에서 B2B 분야를 둘러싼 경쟁은 개별 기업과 국가의 단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EC의 중심축이 기업대소비자(B2C) 부문에서 B2B로 돌아선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새로운 B2B 시장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과 경쟁을 넘나드는 현상도 이제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이네트 박규헌 사장은 『업종과 기업규모,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B2B 시장선점에 도움이 된다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고 정반대의 구도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갑작스레 돌출된 것 같지만 기실 그 저변에는 보이지 않는 변화의 지각변동이 있었다. 대표적인 진원지는 인터넷. 종전 사설전용망(VAN) 위주의 통신기반이 XML을 전면에 내세운 개방형 인터넷의 출현으로 급격히 퇴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다 종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굴뚝산업의 대기업들이 실물경제의 힘을 바탕으로 앞다퉈 온라인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열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닷컴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야후!·e베이·라이코스·옥션 등 종전 B2C 전문기업들의 시장진입도 한몫했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변화를 발판으로 최근 불특정 다수 협력기업들의 거래장터인 e마켓플레이스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마켓플레이스다=현재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켓플레이스는 광속상거래(CALS)·전자문서교환(EDI)·공급망관리(SCM) 등 종전 B2B EC의 거래부문별 업무프로세스를 급속히 통합하면서 진화해갈 것』이라는 조금은 성급해보이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켓플레이스 기술발전 속도나 비즈니스 모델의 전개과정이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트너그룹은 앞으로 3∼5년 안에 업종 구분없이 기업 대부분이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하고 전체 거래의 20∼30% 가량이 이를 통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내년까지 71% 이상의 기업들이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도 올해 안에 전 산업에 걸쳐 1만개의 마켓플레이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켓플레이스는 그 거래구조와 비즈니스모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목표는 유사하다. 먼저 손꼽히는 효용성은 비용절감이다. 골드만삭스는 e비즈니스 추진에 따른 비용절감효과가 업종별로 2∼4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눈에 보이는 효과 외에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효용성도 있다. 온라인 분야의 잠재시장 발굴, 업계 공동의 업무효율성 증대를 통한 부가이익의 공유, 정보네트워크 확산에 따른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이 그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다소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너나 할것 없이 e마켓플레이스 대열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미국 등 EC선진국들의 경우 한발 앞서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나섬으로써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진기업들은 특히 개별 기업차원의 독자적인 마켓플레이스 구축보다는 동종의 경쟁사를 같이 끌어들임으로써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움직임이 특색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업종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각각 개별적인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혈안이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상반기까지 100개 이상의 마켓플레이스가 구축중이거나 만들어진 상태다. 마켓플레이스 구축바람은 지난해말부터 닷컴기업들과 종합상사들이 촉발해 지금은 전 업종에 걸쳐 오프라인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과 정재훈 과장은 『EC 관련 기반산업이나 온라인 업종은 그렇다치더라도 e마켓플레이스 분야에서는 국내 산업경쟁력이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그러나 협업문화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동종업계간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업계의 마켓플레이스 대응전략=무엇보다 산업주체인 국내 기업들의 좀더 면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전자거래협회 김동훈 부회장은 『국내 기업들은 실질적인 수익창출과 기업경쟁력 제고방안이 부족하다』면서 『이와 함께 부품표준DB 등 업계 공동 인프라 구축과 국제적인 호환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EC 주관부처인 산자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도 e마켓플레이스 육성 등 B2B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서는 중이다. 민간분야에선 『정부가 마켓플레이스 분야까지 나서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환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산자부 이재훈 산업정책국장은 『업종별 B2B e마켓플레이스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공동 합작사 설립을 적극 유도하고 조선·철강·전자 등 실물산업의 경쟁력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유도와 아시아지역 허브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자·자동차·조선·철강 등 4개 업종 전자거래프로젝트를 20개 정도로 확장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마켓플레이스를 지원하는 한편 부품표준화에 주력하겠다는 것도 이같은 구상에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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