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전자, IMT2000 전략 한 목소리

『동기식은 예스(Yes), 컨소시엄은 노(No).』

LG정보통신과 함께 국내 이동통신 장비산업의 중심축을 이루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사업 전략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IMT2000사업자 후보들의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않되 기술표준은 동기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전략은 탄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한 힘을 가하면 형상을 바꾸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제자리로 회귀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즉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4개 IMT2000사업자 후보들이 계속 비동기식을 고집할 경우 외국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비동기식 장비도입을 앞당길 수 있는 배수진을 마련하고 있다.

◇비동기식 선택, 산업기반 흔든다=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전자통신원구원(ETRI)이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한 비동기식 IMT2000 장비개발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상용화까지 최소 2∼3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두 회사는 비동기식을 도입하면 초기 IMT2000장비시장을 외국업체들에 고스란히 내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전자 박항구 부사장은 『IMT2000시스템 및 장비의 90%는 기지국장비, 10%는 네트워크장비로 채워진다』며 『아직 비동기식 장비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초기 시장에서 외산장비 도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동기식 IMT2000을 도입하면서 시장까지 방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업자선정 일정을 국산기술 개발이 완료될 2∼3년 뒤로 미뤄야 할 것인데,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기획지원팀장인 김운섭 상무도 『과거 음성국설교환기(TDX),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기술을 국산화할 때는 정보통신부·한국통신·ETRI가 구심점이 돼 공동의 목표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IMT2000은 구심점 없이 동기·비동기로 흔들려 장비업체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웃는다=에릭슨·노키아는 비동기식 IMT2000기술을 보유한 대표적인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로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미 에릭슨은 LG정보통신, 노키아는 텔슨전자를 사업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IMT2000사업자 후보들이 비동기식을 선호함에 따라 제휴관계를 더욱 넓히려 하고 있다.

실제 최근들어 에릭슨과 노키아의 삼성·현대 접촉이 빈번해지고 있다. 에릭슨의 한 관계자는 『LG정보통신과 맺은 제휴는 배타적인 혈맹관계가 아니다』고 말해 사업자 신청 마감시한이 입박했을 때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컨소시엄은 족쇄다=벌써부터 LG정보통신은 IMT2000사업자 후보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연내 서비스가 시작될 2.5세대 이동전화인 IS95C사업에서도 LG정보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SK텔레콤 등에 대한 장비공급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는 LG정보통신이 LG그룹사라는 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로서는 「컨소시엄 참여=시장축소」라는 자충수를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자 후보들이 비동기식 고집을 끝내 굽히지 않는다면 색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즉 동기식에 목을 맨 삼성전자는 「동기채택」을 조건으로 특정 사업자에 대한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와 한국통신의 접촉이 잦아지는 것도 이같은 변화의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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