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벽 밖으로. 탈주의 진정한 어려움은 탈주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이진경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 중

『탈주가 중단됐을 때, 기존의 지배적 가치로부터 벗어난 이 새로운 욕망의 흐름을 포섭하려는 새로운 코드화가 나타난다. 마치 벌레의 고치처럼. 새로운 가치는 어느덧 진부한 상품이 되어 버린다. 물론 탈주도 그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인 한 결코 무화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상품화되고, 새로운 코드로 전환되는 경우에조차 지금까지 억눌려 있거나 은폐되어 있던 것을 사고하게 하고 실천하게 한다. 따라서 역사에 남아 있는 탈주의 기록은,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사고와 행동의 영역을 만들어 낸 구획선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벽 밖으로. 벽을 하나 깨기 위해, 혹은 그것을 깰 때마다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삶의 방식은 우리의 사고와 삶이 나아갈 수 있는 경계를 확장한다. 특정한 형태로 굳어진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 그러한 노력과 시도야말로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예술가의 존재조건이 그러하듯이.』

메모:「The Wall」은 1979년 11월 출반된 핑크 플로이드의 2장짜리 앨범이다. 수입도, 방송도 금지됐던 이 앨범의 노래들은 대부분 로저 워터스가 작사, 작곡했으며 1982년 앨런 파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영화는 전쟁과 교육, 사랑과 가정, 공연과 전체주의적 질서에 대한 풍자가 중요한 테마들이지만, 벽이란 이미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살얼음판 같은 근대적 삶」을 뛰어넘을 탈주의 철학을 제시한다.

모험 혹은 창조를 생명으로 하는 벤처기업가들이여, 어렵지만 다시한번 지금의 벽 밖으로 나와서 탈주를 감행하는 것은 어떨는지.

<고은미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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