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헬스케어>해외동향-생명공학산업

인류의 과학기술이 「게놈 완전 해석」이라는 꿈에 한걸음씩 다가서면서 세계 생명공학산업의 성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 3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세계 생명공학산업시장은 올해 그 규모가 총 540억달러에 이르고 2008년에는 125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중심이던 시장도 유럽과 일본 등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생명공학산업의 발생지인 미국은 이 분야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게놈 지도」 초안이 발표될 당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미국이었다.

미국의 생명공학산업은 최근 4년간 총수입의 증가율이 연평균 8.4%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성장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생명공학산업의 총수입은 186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제약·환경분야에서 앞서 있다. 특히 제약분야의 경우는 현재 400개 이상의 약품이 임상실험단계에 있을 정도로 개발과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약분야와 함께 앞으로는 식품·농업분야도 고속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기술이 식품과 농업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소비대상도 폭넓게 존재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생명공학산업의 발전이유는 무엇보다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미 정부는 지난 88년 생물공학경쟁조정법을 제정해 생명공학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고 95년에는 생명공학을 7대 핵심기술분야 중 하나로 선정해 지원을 강화했다. 미 정부의 12개 부처가 지원한 기술개발비가 지난 94년에 43억달러, 98년에는 80억달러에 이르는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생명공학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립보건원(NIH)의 경우 전체 과학기술예산의 20% 이상이 배정될 정도로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NIH산하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게놈지도 초안작성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이밖에 경쟁력 확보를 위한 관련기술의 지적재산권 보호정책, 바이오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자금지원 및 제도마련, 원할한 사업추진을 위한 규제 간소화 등이 오늘날 미국을 생명공학의 선두주자로 이끌었다.

◇유럽=유럽의 생명공학산업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합리적인 관련제도를 갖춰 유럽에서 생물공학산업을 펼치기에 가장 적당한 지역으로 꼽힌다. 독일 정부는 지난 95년을 전후로 규제 위주에서 생명공학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체제로 돌아섰다.

독일은 생명공학산업 기반구축 및 향후 미국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바이오레지오(BioRegio)프로그램」을 산학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유럽이 충분한 생명공학 기초연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업계와의 연계 미흡으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이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레지오에 선정된 17개 지역은 창업지원 및 기반시설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독일 생명공학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영국은 의약, 농업, 음식료 산업의 25%에 생명공학이 응용되고 있으며 270여개의 생명공학 전문기업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의 생명공학산업은 제약계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유럽 제약회사의 44%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자본금 기준으로 세계 50대 제약회사 중 10개가 영국 업체다. 현재 영국의 제약업계는 영국 전체 투자액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생명공학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영국 정부도 최근 「정보기술(IT)혁명 다음은 바이오혁명」이라는 전망 아래 생명공학산업지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영국은 상공부의 주도로 미국 실리콘밸리 형태의 생명공학산업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80년 유전공학연구로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83년에는 세계 최초로 AIDS 바이러스를 규명해내는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생명공학연구는 96년 설립된 국립유전자연구소(CNS)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연간 8000만프랑(약 128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밖에 유럽 19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유럽공동기술개발기구(EUREKA)에서 생명공학연구가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생물산업연합(EuropaBio), 유럽생물공학연맹(EFB) 등 EU차원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일본의 생명공학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 86년에는 250억엔에 불과했으나 90년대 들어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해 97년에 1조엔을 돌파했다.

일본은 게놈연구를 제외하고는 생명공학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생명공학의 후진성은 해당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 90년대 말부터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놈, 미생물분야에 지원을 집중해 이를 바이오센서 등의 전자·기계 분야로 응용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기술의 지적재산권 보호기준 확립과 중소기업 및 바이오벤처 육성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분야에서 갖고 있는 강점을 살리기 위해 산업계와 의학계의 연계를 강화하는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