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휴대폰업체들이 유럽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아시아 업체들이 유럽의 대표적인 휴대폰업체 노키아와 에릭슨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려온 노키아와 에릭슨이 최근 향후 실적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본과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 4위로 부상한 삼성전자를 보유한 한국의 도전이 거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유럽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유럽 업체들이 아시아 업체와 힘든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유럽과 아시아 소비자들의 기호 차이다. 유럽에서는 다소 크기가 크더라도 사용시간이 긴 휴대폰을 선호하는 반면 아시아의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작은 휴대폰을 원하며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색상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실제로 일본산 휴대폰의 크기는 유럽산에 비해 3분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동안 소형화와 디자인 개발에 치중하지 않은 유럽 업체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음은 차세대 이동통신사업을 위한 비용문제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진행된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330억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가격까지 올라갔고 현재 진행중인 독일의 주파수 경매도 28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막대한 입찰비용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유럽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그 비용을 가입자들에게서 회수하려 할 것이고 이는 곧 유럽 휴대폰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번째 이유로는 일본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는 차세대 이동통신용 휴대폰을 먼저 상용화한 일본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도입시기에 맞춰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선발주자로서의 경험이 큰 무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모든 시장전문가들이 아시아 업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 에이지 애오노는 『향후 휴대폰 시장의 향배는 소비자들이 어떠한 휴대폰을 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단순한 통화기기로서의 휴대폰을 선호한다면 유럽 업체들이 유리할 것이고 오디오·게임기능을 갖춘 다기능 휴대폰을 원한다면 아시아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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